[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22일 극적으로 타결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서 정의당은 파업 현장이었던 거제도에 천막당사까지 설치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이은 선거 패배, 36억 부채, 비례대표 사퇴 논란 등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계와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시도였단 평가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정의당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앞서 51일째 파업을 이어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는 22일 협력업체 측과 노사 교섭을 잠정 타결했다. 양 측은 ▲올해 임금 4.5% 인상 ▲명절·여름휴가비 지급 ▲100% 고용승계 등에 합의했으며 쟁점이었던 파업 민·형사상 면책 문제는 추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협상 타결 후 거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도크 앞에 차린 정의당 천막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 타결을 환영하며 "(이번 파업이) 2016년 조선업 불황 이래 소리 없이 현장을 떠나거나 지켰던 하청노동자들의 삶을 세상에 알린 파업이었다.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비통한 현실을 재조명하고, 정치가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과 강은미·류호정 의원 등 정의당 의원들은 21일 저녁부터 천막당사를 차리고 하청노조 파업을 지원했다.
정의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연이은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정호진 전 정의당 대변인 등 정의당 일부 당원들은 '제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당원 총투표'를 위한 서명에 돌입한 상태이며, 36억원에 달하는 당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일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의 사비 각출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타결된 원(院) 구성 협상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 각각 정무위·산자위·여가위를 희망했던 배진교·류호정·강은미 의원을 각각 국방위·문체위·복지위에 배정해버린 것. 배 의원과 장혜영 의원은 이에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상임위 재배정을 촉구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정의당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민주당 2중대' 이미지를 탈피하고 이념적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의당이 지금 그 모양 그 꼴이 된 이유가 '민주당 2중대'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서 그렇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에서도 결국 민주당에 협조해준 것 아니냐"며 "본인들의 정체성에 맞는 입법 활동에 주력하지 않고 민주당과의 정치적 거래에만 집착했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이념적 정체성을 명확히 재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떤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대중에게)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2020년 총선 이후 '민주당 2중대' 이미지를 벗지 못한 것이 정의당의 패착"이라며 "원래 갖고 있었던 진보적 노선이든, 중도적 노선이든 정책 노선을 명확히 해 대중의 관심을 많이 확보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 사태 협상 타결 이후의 행보와 관련해 "(노조의) 현장 농성이 정리되는 대로 정의당의 천막당사도 철수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저임금 구조, 다단계·조기 계약 문제 등 조선업 자체에 산적한 개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적 대안 마련에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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