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2019년 탈북어민 북송사건을 둔 여야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통일부·대통령실에 이어 청와대 국가안보실 목소리가 더해지며 서로를 향한 비난 수위도 높아졌다. 18일 통일부가 당시 영상을 전격 공개한 가운데 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은 전·현 정권 대립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탈북어민 북송사건 당시 송환과정을 담은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이에 민주당은 "(통일부가) 왜 남북 갈등을 고조시키는 일에 앞장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통일부는 지난 12일 탈북어민 송환 당시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자극적 장면을 공개해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반(反)인륜적이었느냐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이다. 이들(탈북어민)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와 북한 이탈 당시 순수한 귀순 의사를 갖고 있었는지가 (북송 논란의) 중심"이라고 항변했다. 당 정치보복수사대책위 간사를 맡은 김회재 의원도 "냉정하게 국민 정서에 맞게 처리하는 게 옳은데, 일방적으로 짜맞추기 수사하듯 증거를 공개해 여론몰이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용 전 안보실장은 지난 17일 윤건영 의원실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탈북어민들에 대한 당시의 북송이 부당했다는 여권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살인 범행 후) 자강도로 돌아가려 했다", "공범이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는 당시 탈북어민들의 합동신문 진술을 근거로 애당초 이들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북한으로부터 먼저 송환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당시 정부는 추방 직후 국회 외통위·정보위에 이러한 내용을 보고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며 "당시 공직자로서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했기에 거리낄 것이 없다. 현 정부가 기존의 판단을 어떤 이유로 번복했는지 특검과 국정조사에서 함께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엽기적인 살인마로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 귀순 의사가 없었다는 것도 궤변"이라며 "야당과 지난 정부 관련자들이 할 일은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국민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이 직접 언론 브리핑에 나선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민주당은 여권에서 주장하는 어민 북송 사건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대신, 잇단 대통령실 채용 논란도 공동 국정조사하자고 역제안한 상황이다. 우 위원장은 이날 "저쪽에서 이 문제를 국정조사, 특검하자 이렇게 제안했으니 그거 받고 대통령실 인사 등에 대한 국정조사도 같이하자고 제안했다"며 여야 간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검토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들의 해명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여당의 마타도어가 도를 넘고 있다"며 "당이 공동 국정조사 방침으로 돌아선 만큼 원내에서도 적극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야당의 제안을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하진 않은 상황"이라면서 "대통령실 채용 논란은 불법적인 과정이 문제 되는 것은 아닌 만큼 어민 북송 사건과 같은 선상에 묶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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