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미국 의회에서 반도체 지원법이 표류하자 민주당이 핵심 지원책만 떼어 내 법안 처리에 나섰다. 인텔 등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까지 보류하며 미국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민주당도 대안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반도체 지원법은 내용이 축소돼 이르면 19일 첫 표결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회사에 보조금과 세금 공제, 기타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만을 담은 축소된 법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의회에 계류돼 있다. 미국 의회는 상원이 지난해 6월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하원이 올해 2월 미국경쟁법안을 각각 처리한 뒤 두 법안을 병합해 심사 중이다.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9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은 동일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세부 조항을 놓고 이견이 있어 합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8월에 휴회에 들어가고, 이후에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시작된다. 휴회 이전에 법안 처리가 불발되면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견이 적은 '반도체 520억 달러 지원' 부분만 따로 떼어내서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축소된 법안은 공화당도 찬성했기 때문에 반도체 지원법이 이달 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공화당은 민주당이 기후 세금 의료 법안을 추진하면 반도체 지원법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안 통과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도 애가 타고 있다. 미국 생산시설에 투자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 TSMC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마음이 급한 건 인텔이다.
인텔은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 지난해 3월 도전장을 던졌다.
인텔의 이같은 결정에 바이든 정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바이든 정부로선 중국을 견제하며 일자리를 창출할 반도체 공장이, 인텔로선 닫힌 성장판을 열어 줄 파운드리 사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인텔은 공장 착공식을 연기하는 등 미국 정치권에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5조9천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최근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대신 68억 유로(약 9조24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이 확정된 독일 마그데부르크 공장 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 건설은 연내 예정돼 있고 향후 10년 동안 최대 1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면서도 "확장 범위와 속도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최근 SNS를 통해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 경제와 국가 안보에 대한 투자"라며 "이것은 국가적 의무이기 때문에 의회는 초당적인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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