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한 대규모 전환사채(CB) 물량의 주식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으로 두 항공사의 CB 조기상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규모 주식 전환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리인상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발행한 각각 3천억원 규모의 CB 이자율이 다음달부터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긴급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2년 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CB를 인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6월 22일 총 3천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CB를 발행했다. 이를 산업은행이 1천800억원, 수출입은행이 1천200억원 어치 인수했다. CB는 발행일로부터 2년간 연 2.28% 금리를 적용 받아 대한항공은 연간 약 70억원의 이자를 지급해 왔다.
그러나 CB 발행 2년 후엔 최초이자율에 2.50%포인트(p)가 가산되고, 여기에 조정금리까지 추가된다. 조정금리는 CB 발행 2년 후 국고채 금리에서 발행 당시 국고채 금리를 뺀 값을 적용한다. 당장 다음 달 22일부터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현재의 2배 이상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20년 6월 30일 산업은행(2천152억원)과 수출입은행(848억원)을 대상으로 30년 만기 CB를 발행했다. 신용등급이 대한항공(BBB+)보다 두 단계 낮은 'BBB-'로, 최초 발행 금리도 연 7.2%로 훨씬 높다. 아시아나항공 CB도 발행 2년이 되는 다음달 30일 이후로는 연 2.5%의 금리와 조정금리가 가산되는데, 이 경우 이자부담은 연 10%에 달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CB를 발행하며 발행 2년 후부터 중도상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을 달았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 항공사가 콜옵션 행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두 항공사의 콜옵션 행사 이후다. 현재로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콜옵션 행사 이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주식전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020년 긴급 자금지원 성격으로 두 항공사의 CB를 인수하며 대기업 지원 명분을 살리기 위해 '경영정상화 시 이익공유'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HMM의 CB 전환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이익 기회가 있는데, 주식전환을 포기하면 배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HMM은 지난해 10월 2017년 해양진흥공사가 인수한 6천억원 규모의 CB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 기존에 연 3% 이자를 지불해왔지만, 올해 3월부터 3%의 가산이자가 발생하는 부담에 직면하며 중도상환을 결정한 것이다.
이후 채권자인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콜옵션 행사 후 3일 만에 HMM CB의 보통주 전환청구권을 행사하기로 발표하면서 주가가 8%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CB의 주식전환에 따른 신규 발행 주식 물량 부담으로 주주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한항공 CB의 전환가는 1만4천796억원으로, 이날 기준 대한항공 주가 2만9천400원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CB 전환가가 1만4천656원으로, 현재 주가(1만8천950원)를 고려할 때 주식 전환에 따른 평가 차익이 가능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도물량) 우려가 커지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CB 물량에 대해 모두 전환권청구에 나설 경우, 발행되는 신주 물량은 대한항공이 전체 주식의 5.5%, 아시아나항공이 21.6%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최대주주인 금호건설의 지분율(30.77%)이 CB의 보통주 전환 후 24.1%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전환물량 부담이 클수 밖에 없다.
다만,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더라도 단기간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국책은행이 항공산업 지원과 공적자금 투입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된 이후 단계적으로 지분을 처분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밝힌 CB 인수 취지와 작년 HMM 사례를 고려할 때 전환청구권 행사 유인이 높다"며 "다만 CB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되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유상증자를 추진하던 주체로서 국책은행의 지분매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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