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된 이종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서 후보자에 대한 자질을 검증받은 자리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이끌 새 정부의 첫 장관으로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에 대한 5년 임기의 큰 방향을 설정해야 하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때에 나서는 인사이기도 하다. 그만큼 장관에 대한 자질과 역할, 철학에 대해서 심도 깊은 검증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인사청문회에서는 현안과 정책 검증보다는 신상 검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 160억8천290만원의 상당부분이 기술 특허료임을 감안해 ‘벌크 핀펫’ 특허에 대한 재산권 논란과 증여세 탈루, 가족동반 출장 등이 주로 다뤄졌다.
그나마 후보자가 반도체 공학 분야 석학으로 소재와 부품, 장비에 대한 질문이나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으나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방송 현안이나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이루는 근간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앞세운 정보통신 현안은 원론적 지적에 그쳤다.
통신의 경우 기업간거래(B2C) 측면에서의 5G 커버리지 상향과 중간요금제 도입에 대한 요청이 있었을 뿐 통신사업을 관통하는 전후방산업연관효과와 관련한 생태계 측면에서의 고민도 없었다.
게다가 이종호 장관 후보자 역시 ICT 관련 질문에는 “지켜보겠다”, “검토하겠다”, “생각한다”, “공부하겠다”, “살피지 않아서” 등 유보적인 답변을 이어가면서 의원들의 호통을 감내해야 했다.
◆ 5G 중간요금제 망 무임승차 OTT 권한…‘해법철학이 없다’
ICT 현안에 대한 정책 검증은 늦은 저녁식사 시간을 넘긴 짧은 시간 내 이뤄졌다. 다만, 질문에 따른 답이 명확하지 않거나 현안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이 때 역시 모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5G 중간요금제 도입이 꼽힌다. 오후 질의시간에 홍석준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정희용 의원(국민의힘) 등 여야가 이통3사의 5G 중간요금제와 맞춤형 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는 요청에 이종호 후보자는 “동의한다”라며, “잘 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그 방법론은 오리무중이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기정통부가 승인하는 방식의 요금 인가제 폐지하고 사업자 경쟁체제를 통한 자율적인 인하를 유도하면서 유보신고제를 통해 사후규제하겠다고 했으나 현안인 중간요금제는 관철시키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간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중간요금제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점차 심해지고 있고, 강요하기보다는 수용할 수 있도록 논의를 통해서 얼마나 내려갈 것인가 체크를 하면서 하겠다”며 오전과 동일한 내용의 답을 반복했다.
변 의원은 “시장에서의 요금 설정에 대한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알뜰폰 사업자 도입 취지는 경쟁을 통한 통신요금 인하인데 이런 것들을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간 망 무임승차 우려에 대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오전 질의에 사실상 답을 회피한 이 후보자는 이번 질문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변 의원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를 방문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망 무임승차와 관련한 미국의 압박 우려에 대해 후보자의 생각을 물었으나 이 후보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하는 바가 있는 거 같다. 혹시 FTA와 관계된 일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시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서 변 의원은 “FTA는 산자부가 논의하는 내용이며, 과기정통부 대로의 요구사항이 있어야 한다”라며, “당장 바이든 대통령이 온다니까 (그에 대한 즉각적 대응전략과 실행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가 더 이상 답을 이어가지 못했다.
OTT와 관련해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발전방안에 대해 타 정부부처에서 관할 조직 등을 신설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분위기와 관련해 과기정통부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도 이 후보자는 “디지털 융합환경에서 미디어간 경계가 무너져서 시장이 바뀌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영역이 애매해져서 관계부처와 협의를 해서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답하는 등 K-콘텐츠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역차별 막을 대안 없다
이종호 후보자가 ICT 현안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하자 의원들의 질문이 다소 길어졌다. 한편으로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ICT도 챙겨야 한다고 당부하거나 과기정통부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곁들이는 사례가 늘어났다.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와 규제로 인한 산업성장 저하,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효적 규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자료를 봤다”는 답만을 반복했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우리는 포털에 뉴스 서비스를 하지 말라고 압박하면서 구글와 비슷하게 가려고 하고 있는데, 구글은 우리를 따라 메인화면에 기사를 배치하고 있다”라며, “국내 도입되지 않은 구글 쇼케이스는 네이버 뉴스스탠드와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포털은 억압하고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구글 서비스(쇼케이스가 국내 도입됐을 경우)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것인가”라며, “이렇게 되면 또 역차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국내 역차별 내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국내외 망 무임승차를 사례로 드는 등 다소 거리감 있는 답을 해 눈총을 샀다.
윤 의원은 “판도라TV와 곰TV, 아프리카TV 등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고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청소년 보호법에 막혀 콘텐츠 서비스를 못하도록 강한 규제가 들어갔다”라며, “그 사이를 구글 유튜브가 파고 들어서 역전했고 현재 글로벌 서비스화되면서 국내 시장도 종속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역차별 논란과 관련해 윤 의원은 “단순히 망 사용료를 내냐 안내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사업자는 법적인 실효적 조치를 하지 어렵다는데 있다”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글로벌 사업자와 역차별이 발생하는데 이 문제 굉장히 심각해 어떻게 할 것인가”고 물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자료를 쭉 봤는데 가능한 자율규제, 규제 최소화 이런 부분에 대해 역점을 두고 있고 사업이 잘 진흥 되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우리가 참고해 우리나라 산업이 발전될 수 있도록 잘 살필 필요가 있다”는 형식적 답을 하는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자 인사청문회 종료에 앞서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거들었다. 이 위원장은 국론이 정치적 이념으로 분열되고 있으며, 국회만 들어오면 (현안들이) 이념적 편향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권 교체기에 이에 따른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이념적 편향 등) 이걸 양산하는 게 인터넷이나 유튜브인데 (바로 잡는 주무부처로서) 이게 과기정통부 일이다”라며, “국회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에 떠도는 가짜뉴스와 허위사실로 인해 온 국민이 찢어져서 갈등하는 단계로 이 문제를 해결할 부처도 과기정통부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그쪽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국가기술발전과 인력양성이라는 큰 임무가 주어져 최선을 다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미디어를 통해 어떤 정치적 편향성이 발생하고 그러한 부분도 과기정통부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겠다”라며 “정치적 편향성이 만들어지는 것이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자는 “국민을 대표해 보완할 점을 지적해주고 격려해준데 감사한다”라며, “청문회를 임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정직하게 하려고 노력했으나 국민의 미흡한 점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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