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들에게 휴가 소진 없이 휴일을 주는 등 휴식권 보장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휴식권'이 기업들의 새로운 복지제도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이날 첫 '해피 프라이데이'를 맞아 하루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교대근무가 필요한 생산직군은 적용이 안되지만 일반적인 기술사무직 직원들은 예외 없이 적용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출범 10주년 기념을 맞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근무 시간을 효율화하고, 업무 공간의 제약은 줄이기로 했다. 이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시행되는 '해피 프라이데이'를 통해 2주 동안 80시간 이상을 근무한 구성원은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월 1회 세 번째 금요일에 쉴 수 있게 됐다.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는 SK텔레콤을 비롯한 일부 계열사에서 먼저 시행한 제도로,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도입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로 약 1만6천 명가량이 대상에 해당돼 혜택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각 구성원은 해피 프라이데이를 통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 생활을 통해 자기 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같은 변화는 '구성원들과 동반성장'을 강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하이닉스 성과급 이슈 당시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구성원들의 복지 개선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내 일부 계열사 사무직 직원들도 이달부터 팀장급 이상 리더들을 대상으로 금요일 휴가를 도입했다. 대부분의 리더들이 직원들에 비해 평소 휴가를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이에 따라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은 팀장급, 셋째 주 금요일은 임원급이 일괄적으로 쉬도록 지침을 내렸다.
2021년도 임금·복지 협상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도 3개월만에 협상 카드로 '유급휴가 3일'을 내밀었다. 사측은 유급휴일 3일은 노조 조합원에게만 적용하고, 기존 의무 연차 15일을 소진한 뒤 사용할 수 있되 연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5차례 교섭을 벌이면서 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지급 체계 공개 등을 요구하다가 최근 기본급 정액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 등 임금체계 개편과 휴식권 보장 등으로 요구안을 축소했다.
특히 휴식권 보장과 관련해 유급휴일 5일 추가와 회사 창립일 1일 유급화, 노조 창립일 1일 유급화를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의 제안을 두고 내부 검토를 거쳐 이날 사측과 다시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은 그동안 유급휴일이 늘어나면 사실상 인건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여왔다. 삼성전자 임직원 11만여 명을 고려하면 연간 추가 비용이 수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오늘 사측과의 실무교섭에서 결정된 사항은 없으나 임금협상과 관련해 긍정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며 "사측과 다음주 재교섭을 통해 구체적인 사항들이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처우 개선 문제를 두고 노사 간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SK그룹에서 회사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을 최고 경영진들이 적극 받아 들여 다양한 복지 혜택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향후 다른 기업들도 서서히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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