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가 예상되는 화장품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업종 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LG생활건강의 주가는 86만5천원으로 최근 한 달간 2.85%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콜마(9.46%), 코스맥스(8.79%), 아모레G(4,40%), 아모레퍼시픽(1.30%)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화장품 업종은 대표적인 리오프닝 수혜주로 분류돼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외부활동 증가가 화장품 소비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에 따라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 기업의 주가는 이날에만 3~6%대 강세를 보였다.
문제는 '제로 코로나'를 표방하는 중국의 강력한 방역정책이다.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잇따라 도시를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리오프닝 기대감에도 화장품주들의 추세적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이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수출 비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상하이시 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현재까지 도시 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달 광둥성 선전시가 봉쇄됐고, 지린성 성도인 창춘도 통제됐다. 이 같은 구역별 봉쇄 조치로 화장품주들의 리오프닝 기대감도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송이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3월 내내 소비 상황이 녹록지 않게 되면서 1분기 브랜드 업체들에게는 봉쇄 타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아모레퍼시픽은 15% 감소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핵심 지역인 상해가 3월 말부터 봉쇄에 돌입했고, 조치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2분기 실적 가시성도 높지 않다"며 "무엇보다도 상해 지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들도 타격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중국 4대 도시 가운데 심천과 상해가 봉쇄되면서 중국 소비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애초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상해는 중국 최대 화장품 도시이고, 심천은 국내 면세점 따이공(중국인 보따리상) 물량이 본토로 들어가는 핵심 경로"라며 "면세점과 화장품 업체들에 대한 실적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화장품 관련주들의 주가가 리오프닝 기대감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진 가운데 산업 전반적으로는 리오프닝의 실질적 수혜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화장품 기업 가운데서도 선별적 투자가 요구되는 이유다.
배송이 연구원은 "화장품 대형주 가운데 한국콜마가 유일하게 리오프닝의 실질적 수혜를 볼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화장품 제조 본업과 이익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회사 HK이노엔 모두에서 수혜 요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 본업의 경우 방문판매 고객사 비중이 20% 수준으로 크기 때문에 반등 여력이 높다"며 "이는 경쟁사 코스맥스가 그동안 중국 수출 고객사를 중심으로 호실적을 기록해온 것과 대조적"이라고 부연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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