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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만 바라본 KOVO…결정권 무게감 잊은 '불통' 단장들


우리 구단보다 타 구단을 더 챙기는 '동업자 정신'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원칙을 정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를 깨기는 너무나 간단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리그를 완주했다는 의미가 주는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는 판단에 원칙 깨기를 감행했다.

원칙을 깬 결정이 불러올 파장은? [사진=한구배구연맹(KOVO)]

원칙을 지키자고 약속했던 여자부 각 구단 단장들은 여기에 동조했다. 구단을 대표해 의사 결정권을 가진 단장들은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는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하며 '만장일치'라는 결과를 안겨줬다.

KOVO는 지난 11일 여자부 7개 구단 단장들과 비대면 긴급회의를 통해 2021-22시즌 정규리그를 모두 진행하고 포스트시즌을 축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3월 5일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전을 끝으로 리그 중단에 들어갔던 여자부는 11일 페퍼저축은행에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리그 중단일이 22일에서 26일로 늘었다.

KOVO 코로나19 매뉴얼에 따르면 리그 중단일이 24일부터 28일까지일 경우 정규리그 6라운드까지 소화하고 포스트시즌은 진행하지 않는다.

만약 확진자 추가로 중단일이 28일을 초과할 경우 6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조기 종료된다.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은 KOVO와 구단이 머리를 맞대 결정한 내용이다. 모두가 리그를 치르는 동안 반드시 지키자고 한 약속이다. 하지만 KOVO와 구단 대표 단장들은 '만장일치'로 원칙을 깨기로 했다.

KOVO·여자부 단장 회의는 원칙을 깨기 위한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KOVO는 긴급회의를 소집하면서 단 2개의 안만 준비했다. 하나는 원칙대로 정규리그만 소화하고 포스트시즌 없이 리그를 마치는 것. 다른 하나는 원칙을 깨면서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모두 진행하는 방안이었다.

첫 번째는 매뉴얼에 따른 것이니 사실상 한 개의 안만 추가돼 회의는 진행됐다. 그리고 정규리그 소화·포스트시즌 단축으로 의견을 모으자는 설득이 회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V리그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어차피 단장들 역시 반대할 생각이 없었다. 회의를 앞두고 이미 타 구단으로부터 포스트시즌이 열릴 수 있게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동업자 정신'을 보여주기로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단장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회의에 참석했다. 팀을 대표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단장직에 올라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구단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채 회의에 나섰다.

어떤 선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됐고 누가 부상으로 나설 수 없는지, 경기에 나설 인원이 현재 몇 명인지 등은 알아보지 않고 오히려 타 구단들과 연락을 주고받아 힘을 보태겠다는 의견만 나눴다.

선수들이 쓰러지고 경기에 나설 몸 상태가 아닌데 어떻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이런 결정을 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단장들 덕분이다.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완주하는 것이 진정 KOVO가 그린 그림과 일치한 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KOVO가 중계권료 때문에 강행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최대 5경기(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단판·챔피언결정전 3전 2선승), 적게는 3경기가 열리지 않더라도 KOVO가 부담해야 할 경기당 위약금은 리그 전체로 봤을 때 크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돈을 떠나 결정권이 주는 무게감을 잊은 단장들과 KOVO 덕분에 원칙은 이미 무너졌다.

지난 2019년 한국전력이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 위반으로 제재금 3억2,500만원이 부과받았을 때도 각 구단 단장들은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면제 시켜 준 바 있다. 당시에도 '만장일치'였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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