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결정권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해 기업 대상 소송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 10명 중 7명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민연금 가입자 800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국민연금 기금이 '국민의 노후보장(85.3%)'을 위해 운용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이러한 노후보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47.8%)'고 답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기업 통제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도 67.6%가 동의했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최우선 과제는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문성 강화(44.4%)'라고 꼽았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국민의 노후보장(85.3%)'이란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이어 '증시 및 경기 부양(3.3%)',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3.9%)'이란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 고갈 이슈가 제기되면서 연금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노후보장에 더욱 충실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한 기업경영 간섭이 국민의 노후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47.8%)'는 의견이 '도움이 된다(41.7%)'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최근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대표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에 부담을 느끼는 국민이 더 많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법, 정관 위반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국민연금과 같은 주주가 해당 이사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과 함께 대표소송의 근거를 마련했다.
또 최근에는 삼성그룹 계열사,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 20여 곳에 기업 주주가치 훼손 사건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묻는 주주 서한을 보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소송 제기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우려 섞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주주대표소송의 결정권을 수탁위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경제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자문기구에 불과한 수탁위가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문제를 결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국민연금의 기업 대상 소송이 남발되거나 여론이나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기업 통제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선 국민의 67.6%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6%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에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의견 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국민연금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문성 강화(44.4%)'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18.5%)',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14.6%)'이 그 뒤를 이었으며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 강화'는 5.6%에 불과했다. 이는 국민들이 현 시점에서 국민연금이 주력해야 할 것을 두고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아닌 연금고갈 방지 노력(59.0%)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에 기대하는 것은 수익률 제고를 통한 연금의 지속가능성으로, 주주권 행사 강화는 이러한 기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주대표소송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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