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 반도체 기업간 빅딜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AMD는 자일링스 인수를 지난해 마무리 하는 게 목표였지만 이를 올해 1분기로 연기했다.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약진하고 있는 AMD는 지난 2020년 10월 40조원 규모로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 1위 자일링스 인수를 추진했는데 중국 등 규제당국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엔비디아도 지난 2020년 9월 ARM을 40조원 규모로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인수 절차를 끝내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영국, 미국, 유럽연합(EU)의 등의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데 ARM의 홈그라운드인 영국은 물론 중국, EU까지 두 기업의 결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인 엔비디아가 영국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ARM을 인수하면서 IP를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기업도 있다. 매그나칩은 지난해 3월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에 회사를 매각하려 했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의 반대로 1년여만에 M&A가 불발됐다.
SK하이닉스만이 지난해 연말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위한 8개국 승인을 모두 받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8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7개국 승인을 일찌감치 받았지만 중국은 연말에야 이를 허가했다. SK하이닉스 인수 대상에 인텔의 중국 공장도 포함돼 중국 정부의 승인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각 나라들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싶어 한다"며 "각국의 규제당국이 깐깐한 기준을 들이밀어 M&A를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 국의 승인 문턱이 높아지면서 업체들은 M&A에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반도체 업계에서 이뤄진 M&A는 총 14건으로 220억달러(약 26조2천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과 지난해 같은 기간 반도체 업계에서 진행된 M&A 거래 규모인 247억 달러와 234억 달러를 하회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반도체 '큰 손'들도 M&A를 더욱 신중히 검토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M&A가 불발되면 피인수 기업에 해약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 떠안게 되는 리스크가 크다"며 "현재 같은 규제 환경에선 M&A에 적극적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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