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소송' 2차전에 돌입했다.
지난 1심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국내 망 이용 시 '채무 존재'시비를 가리는 최초 소송 사례였다면, 이번에는 '망 이용대가 지급'에 관한 보다 적극적인 소송으로 이 역시 세계 최초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 분쟁 항소심 첫 변론 준비기일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번 소송은 지난 6월 법원의 1심 판결 이후 넷플릭스 측이 이에 항소하면서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자, SK브로드밴드 측이 반소로 응수해 재점화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올해 9월 1천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폭증했으며, 이에 따라 회사의 손실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그간 '접속'과 '전송'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접속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만, 전송의 경우에는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SK브로드밴드와의 연결 역시 중계된 연결로 보아 '전송'에 해당하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CP의 역할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있으며,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상생 차원에서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제공해 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기각했다.
법원이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 넷플릭스 측의 망 사용료 의무를 확인 시켜 줬으나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 지난 7월 이에 항소했다.
넷플릭스 측은 주요 항소 이유로 ▲ 1심 판결은 이미 콘텐츠 제작을 위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있는 CP에게 ISP의 책임까지 전가했고 ▲ 인터넷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으며 ▲ 당사자 간의 역할 분담으로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항소로 망 이용료 지급을 거부하자 SK브로드밴드는 지난 9월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으로 응수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망은 초기 구축 및 매년 유지관리에 상당한 투자가 수반돼 당연히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임에도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없이 회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은 채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이행하지 않아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반소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반소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지난 3년간의 망 이용대가를 청구한다.
SK브로드밴드 측 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우선 일부로 10억원을 청구했다"며 "사실상 수백원에 이를 것으로 생각하나, 청구 금액과 관련해 통상의 재판 절차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주관하는 감정 절차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에 글로벌 CP로부터 망 이용 대가를 받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국회 '부글부글'…항소로 1심 보다 관심 커져
이러한 공방 전에 정부와 국회도 이의 사안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는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넷플릭스에 대해 해외 CP도 국내 ISP와 함께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망 안정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국내 인터넷망 무임승차를 언급했다.
국회는 입법으로 넷플릭스를 압박하고 나섰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이원욱 과방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양정숙 의원(무소속) 등이 해외 CP의 망 이용료 계약 규정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양정숙 의원은 "국내 동영상 트래픽 중 넷플릭스 트래픽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본인들이 개발한 기술적 수단이 있어 트래픽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SK브로드밴드와의 재판 1심에서 패소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 '지옥' 'D.P' 등으로 기사회생해 기업가치를 크게 향상시킨 만큼, K-콘텐츠와 상생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력히 촉구했다.
정부와 국회가 압박해오자 넷플릭스 측은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과 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를 연달아 급파했다. 그러나 기존 '지급 불가' 입장만 반복해 빈축을 샀다.
이들은 한국에 이미 많은 OCA가 구축돼 있어 망 이용료가 추가로 발생할 이유는 전혀 없고, 추가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규제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OCA를 통해 콘텐츠를 국내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권장해 달라고 말했다.
볼머 디렉터는 지난 11월 국회 세미나에서 "국내 CP들이 국내 ISP에 대가를 지급하는 이유는 국내 ISP로부터 서비스(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는 국내 ISP로부터 받는 서비스가 없으며, 넷플릭스가 국내 ISP와 연결되는 방식은 국내 CP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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