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작년 구조조정까지 하며 실적 정상화에 사활을 걸었던 아모레퍼시픽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위드코로나' 전환으로 국내 매출을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중국 등 해외의 더딘 회복세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추기도 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2% 줄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선전했으나 해외 실적이 부진했다. 해외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7% 급감했다. 해외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성과가 부진한 탓이다. 3분기 중국 매출은 10% 줄었다.
실제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8년 5.5%에서 2020년 3.5%로 낮아졌다. 올해는 3.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아모레퍼시픽, 주가 지속 내림세…증권사들도 일제히 목표주가 낮춰
중국발 실적 내림세는 아모레퍼시픽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때 50만원을 바라보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8일 종가 기준 17만1천원까지 빠졌다. 올해 초만 해도 20만~22만원 선에서 움직였고 5월 말 29만원대까지 뛰었지만, 그 뒤로 차츰 하락하다 17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증권사들도 최근 일제히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유안타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종전 23만원에서 19만5천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KB증권은 21만5천원에서 20만5천원으로 내렸고 미래에셋증권 또한 21만원에서 17만5천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35% 밑돌았다"라며 "면세점 포함 국내 화장품 부문의 더딘 회복과 이니스프리 구조조정으로 인한 중국 화장품 매출 부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했지만,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중국 내 이니스프리 로드샵(길거리매장)을 대거 폐점하는 등 오프라인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미 전년 중국서 40개 매장을 폐점한 데 이어 지난해 90개 매장 문을 닫았다.
직원도 대폭 줄였다.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총 직원 수가 5천830명으로 직전년 기준 6천64명 대비 234명 감소했다.
◆ 아모레퍼시픽 주요 시장인 중국 시장 회복 묘연…"소비 심리도 둔화"
문제는 당분간 중국 시장 회복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실적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먼저 중국 화장품 브랜드(C-뷰티)가 급성장하며 아모레퍼시픽을 밀어내고 있어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K-뷰티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권 내에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8개, C-뷰티 브랜드인 바이췌링과 자연당이 각각 4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중국 소비 심리가 둔화되는 것도 문제다. 중국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올해 3월 34.2%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4월 17.7%, 5월 12.4%, 6월 12.1%, 7월 8.5%, 8월 2.5%, 9월 4.4%로 전반전인 내림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물류 대란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0월 경제 전문가 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올해 안에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는 3.3%, 2022년 1분기에 완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3.3%에 그친다. 2022년 2분기는 돼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답변이 33.3%로 가장 많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졌다고 해도 글로벌 물류 문제도 아직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이런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효과를 논하기에도 아직 외부 요인이 많아서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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