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계획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는 테슬라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밝힌 것과 다르게 국내 배터리사들과의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22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부와 '청년희망 온(溫, On-Going)'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날 정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관련 취재진의 질의에 "배터라 셀 연구는 가능하지만 생산은 배터리 업체가 맡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이 같은 답변을 두고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기존 그룹 입장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지난해 열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자간담회에서 자체적인 배터리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은 낮다면서 국내 배터리 3사와 계속해서 협업해나가겠고 언급한 바 있다.
정 회장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배경으로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와의 공고한 협력관계 ▲배터리 제조 관련 기술의 진입장벽 ▲생산능력(케파) 확보를 위한 천문학적 투자 ▲배터리 화재 리스크 등이 꼽힌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폭스바겐·GM·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독립 선언에 나선 것은 자체 조달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쇼티지(Shortage·공급 부족)와 같은 배터리 물량 부족 사태를 막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위함이다.
이로 인해 전기차 대량생산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내재화 선언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 회장은 배터리 내재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이러한 입장을 통해 국내 배터리 3사와의 협업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정 회장이 직접 나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총수들과 잇달아 만나 협력관계를 다지고, 생산 현장과 신기술 개발 현황을 직접 살펴본 것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는 행보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내재화에 선을 그은 데는 정 회장의 '전략적 판단'으로도 풀이된다.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서게 되면 공정기술과 캐파(CAPA·생산능력) 확보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이에 배터리 내재화는 큰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배터리는 구조적인 문제로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는데, 이러한 잠재적인 리스크를 감안하면서까지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서기엔 리스크가 높다는 자체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체 생산을 통해 배터리 셀을 조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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