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정부가 시행령을 마련하고 최근 입법예고한 가운데 위기에 몰린 경영계가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오는 14일 오후 2시 온라인을 통해 조선·자동차·타이어·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건설·석유·화학 업종 주요기업 및 업종별 협회 담당 부서장들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산업계 긴급대책 회의'를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정부부처에 공동건의서를 제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5~49인 사업장은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 시행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대재해법은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500인 이상 사업장은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시공능력 200위 이내 건설사도 같은 의무를 진다. 안전교육 의무도 강화됐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는 총 20시간 범위에서 분기별로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 이수 의무를 위반하면 1차 1천만원, 2차 3천만원, 3차 5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재 범위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부상 등과 별개로 중대재해법을 적용받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B형간염과 열사병, 여름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는 레지오넬라증도 포함됐다. 병원 등 보건의료 사업장에서는 B형간염, C형간염, 매독, 에이즈 등이 1년간 3명 이상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처벌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날부터 8월 23일까지 40일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법무부)한다.
이에 경영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호한 법 조항들이 현장의 혼란을 야기시킬 뿐 아니라 처벌규정이 과도해 경영 부담을 높이고 있어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경영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이 없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주체가 모호하다"며 "의무 사항 역시 '적정·충실' 등의 추상적 표현들만 담고 있어 법령을 준수하고 싶어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중대재해법 자체가 재해의 근원적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시행령으로 이를 보완하는 데는 애초 한계가 있다"며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할 시행령에서 적정한 인력·예산 등 모호한 기준은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혼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경제계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법이 제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경영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지 명확치 않다는 설명이다.
경총 관계자는 "직업성 질병 목록만 규정하고 중증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중대재해로 볼 수 없는 경미한 질병까지 중대샌업재해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영책임자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 내용이 불명확하고,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명시돼 있지 않아 경영 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도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경영책임자 등이 이행해야 할 의무 범위가 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무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고, 법률에서 위임한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 등 불명확한 점이 있어 법을 준수하는 데 기업들의 많은 애로가 예상된다"며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기업인들에 대한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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