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상법에서 회사편 부분을 독립시킨 '모범회사법'을 제안했다.
전경련이 제안한 '모범회사법'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 회사법제를 검토해 형식적으로는 현행 상법 중 회사편을 독립된 법률인 회사법으로 만들고, 내용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현행 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30일 열린 모범회사법 세미나 개회사에서 "우리 상법은 1962년 제정 이후 약 60년 동안 전면개정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지난해 말 상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전경련이 제안하는 모범회사법이 현행 상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하고, 회사 경영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준우 한국기업법학회 회장(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축사를 통해 "학계에서도 현행 상법은 회사, 보험, 해상, 항고운송 등 성격이 다른 부분이 혼재돼 있어 체계의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전경련이 제안하는 모범회사법인 만큼 국회와 학계의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모범회사법 제정 작업을 주도해온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주제발표에서 "한국 회사법이 세계 표준에 점차 벗어나 갈라파고스식으로 변했다"며 "주주총회 결의방식인 보통결의나 특별결의가 상법 제정시기인 196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거나, 감사(위원) 선임시 3% 초과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 이사인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도록 법에서 강제하는 것은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상법이 기업하기 좋은 제도 조성에 소홀했던 만큼, 전경련 모범회사법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과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기업의 안정적 경영활동을 보장하는 경영권 방어수단을 제안했다. 우선 회사가 주주나 제3자에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제안했다. 또 회사 필요에 따라 차등의결권 같은 다양한 종류주식 발행을 허용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도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델라웨어회사법과 대부분의 주 회사법에서 복수의결권주식을 허용하며, 일본도 다양한 종류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최병규 건국대 교수는 이사가 의사결정과 업무수행을 함에 있어서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업무 수행을 한 경우에는 회사 및 제3자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도록 하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제안했다.
미국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판례로 인정하고 독일도 경영판단의 원칙을 회사법에 도입해 이사의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김선정 동국대 법대 교수는 "지난해 '공정경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상법을 개정했지만, 공정경제는 회사법이 아닌 다른 법이 목표로 할 사안"이라며 "균형 있고 합리적인 입법 모델을 제시하여 회사법을 다듬는 것이 상법학계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그동안 작업한 모범회사법 제정 작업과 세미나 결과를 토대로 8월 중 전경련 모범회사법을 발간하고 국회 등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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