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단숨에 네이버, 쿠팡과 함께 '3강'으로 올라섰다. 경쟁업체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저마다의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 장악력 높이기에 나섰다. 이커머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이커머스 업체간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 네이버, 바퀴 달고 물류 강화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최대 강점은 4천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수가 꼽힌다. 이는 네이버가 '국민 플랫폼'으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당장 네이버의 회원수를 따라잡을 경쟁사가 없어 네이버의 선두 수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의 협업으로 그간 취약점으로 평가 받아온 물류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빠른 배송가지 가능하게 해 1위 자리 수성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최근 경기 군포에 축구장 5개 규모의 온라인 주문 전용 풀필먼트센터를 열고 가동을 시작했다.
8월에는 경기 용인에 냉장·냉동 등 저온 보관 상품에 특화한 풀필먼트센터를 선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규모가 커진 신선식품 시장 확대에 대응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상품 정기 구독, 생필품·신선식품 익일 배송 서비스를 올해 중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추가 서비스 출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신선식품 배송에 나설 경우 시장 지배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쿠팡, 공격적인 투자 행보 계속된다
쿠팡은 현재 국내 30개 이상 도시에 150여개 물류센터를 갖췄다. 쿠팡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의 7마일(11.3km)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쿠팡은 물류센터 추가 건립을 통해 '쿠팡 물류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충북·전북·경남·부산에 물류센터 구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밝힌 투자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의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국가대표 축구와 배구, 토트넘 홋스퍼 등 스포츠 경기 중계에 이어 오는 11월에는 독점 드라마도 선보일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유료회원인 '로켓와우'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만큼 독점 콘텐츠를 통해 유로 회원을 늘리고 묶어두는 '락인(Lock-in)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도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이달 초 일본 도쿄 일부 지역에서 쿠팡 앱 서비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판매 상품도 신선식품부터 가전제품까지 다양하게 꾸렸다. 배송 역시 국내 로켓배송보다 빠른 쿠팡이츠 형식을 취했다. 앞서 지난 17일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국내 법인 사내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히며 글로벌 경영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근로 환경과 관련해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여론이 악화한 것은 극복해야할 과제다. 쿠팡은 당분간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 보다는 사태 수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생존 위한 대응 마련 나섰다
3강을 제외한 경쟁사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 마련에 나섰다.
롯데는 그룹 통합 온라인 몰인 롯데온(ON)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롯데는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자산 유동화 작업에 나서며 현재 약 3조4천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이를 활용해 롯데가 버티컬 커머스(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쇼핑몰) 여러 개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지난 18일 사네 인트라넷을 통해 "그로서리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여러 카테고리 전문몰을 구축해 이를 서로 연결하는 '복합 쇼핑 플랫폼' 구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다음달 1일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회의)을 진행하고 이커머스 전략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이커머스 후발주자인 카카오는 복병으로 꼽힌다. 최근 '선물하기' 서비스로 급성장한 자회사 카카오커머스와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8년 자생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카카오커머스를 분사한지 3년 만이다.
카카오의 품 안에서 커머스 부문 의사결정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규모의 경쟁'을 확보해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결단으로도 풀이된다. 오는 7월에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과 합병하며 패션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직구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중 직구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1천여개 상품을 평일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주는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당일 배송 서비스도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며 3강으로 분류되는 네이버, 신세계, 쿠팡 외 나머지 온라인 경쟁사들의 생존에 대한 압박감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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