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정식 상륙했으나 반쪽 서비스에 그칠까 우려된다. 카카오M·지니뮤직 등 대형 유통사의 음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애플뮤직'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스포티파이는 2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 전용 재생목록과 ▲데일리 믹스 ▲신곡 레이더 ▲새 위클리 추천곡' 등 이용자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선보인다.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스포티파이는 이용자나 음원 규모 면에서 국내 서비스를 압도한다. 전 세계 92개국 3억2천만명의 가입자 중 유료 가입자만 1억4천400만명에 달하는 데다, 6천만 개 이상의 곡과 40억 개 이상의 재생목록을 보유했다. 이용자가 직접 만든 재생목록도 수십억 개나 된다.
이에 비해,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의 월간순이용자(MAU)는 지난해 10월 기준 881만명이다. 2,3위인 지니와 플로는 각각 447만명, 286만명에 그쳤다. 보유 음원 수도 멜론이 4천만 곡, 지니가 2천만 곡 수준으로,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셈이다.
한편에선 스포티파이가 애플뮤직처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M·지니뮤직 등 대형 유통사의 음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스포티파이에선 아이유·임영웅·지코·마마무 등 국내 인기가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카카오M 음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카카오M은 국내 900개 이상의 기획사·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연간 1천200개 이상의 타이틀을 발매하는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다. 또 아이유 등 인기 가수들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사와 스타쉽·플레이엠·크래커·플렉스엠 등 4개 음원 레이블도 보유했다.
앞서 애플뮤직도 2016년 한국 진출 당시, 카카오M의 전신인 로엔엔터테인먼트와 CJ ENM, KT뮤직 등과 음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반쪽짜리 서비스로 첫발을 뗐다. 이후 SM·JYP·YG 등 연예기획사와 손잡고 음원 확보에 나섰으나, 카카오M과의 계약에 끝내 실패하면서 현재 시장점유율이 1% 미만에 그친다.
◆ 무료 서비스 없고, 패밀리 요금제 없어…가격경쟁력↓
스포티파이 가격경쟁력도 높지 않다는 평가다.
스포티파이는 음악 감상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대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국내서 제외하고, 유료 프리미엄 상품만 선보였다.
프리미엄 1인 요금제는 월 1만900원(부가세 별도)으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에 따르면 멜론·지니·플로·벅스 모두 무제한 듣기 및 오프라인 재생이 가능한 이용권을 월 1만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2인 요금제는 월 1만6천350원으로, 1인당 8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서비스 대비 저렴하지만, 국내 이용자들이 기대했던 패밀리 요금제보단 비싼 수준이다. 스포티파이는 해외에서 최대 6명이 이용할 수 있는 패밀리 요금제를 15 달러(약 1만6700원)에 판매한다. 이 때 1인당 요금은 2천800원 수준이다.
스포티파이는 3개월 무료 체험 헤택을 제공한다. 국내 이용자들은 7일간 무료 체험 가능하며, 오는 6월 30일까지 구독을 신청하면 3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애플뮤직도 국내 진출 당시 3개월 무료체험 혜택을 제공했으나 국내 이용자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음악을 자주 듣는 이용자에겐 스포티파이 요금이 예상보다 비싸고, 국내 음악을 주로 듣는 이용자에겐 들을거리가 없어 메리트가 부족하다"라며 "스포티파이가 성급하게 서비스를 오픈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스포티파이 측에서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스포티파이코리아를 이끄는 박상욱 매니징 디렉터는 "국내 음악 스트리밍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가속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한국 음악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노스트룀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비즈니스 총괄 역시 "한국 이용자들에는 스포티파이만의 독보적인 음원 청취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업계와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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