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논란이 법정 다툼까지 갔다. 넷플릭스 측은 전세계 어디에도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해외의 경우 망 비용 부담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이는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
실제로 국내 업계에서는 "당사자간 계약 및 영업상 비밀유지조건에 따라 구체적인 공개는 없어도 망사용료를 지불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사례를 어디까지 인정할 지가 관건인 셈이다.
◆넷플릭스 "망 사용료 부담 책임 없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는 물론, 서울중앙지방법원심리에서도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전세계 어디에서도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가 대용량 트래픽 유발 및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국내 다른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달리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넷플릭스가 방송통신위원회 재정 절차 도중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며 법원에 '채무부존재의 소'를 제기한 배경이다.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정책팀장은 국감에서 소송 배경을 대해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 채무부존재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또 법률대리인 측은 심리에서 "그 어느 국가에서도 정부나 법원이 접속료를 강제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넷플릭스, 미국서는 지불…FCC 합병조건에도 명시"
국내 업계는 넷플릭스가 주장과 달리 미국 등 시장에서는 망 이용 대가 등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가 지난 2013년 미국 현지에서 풀HD 해상도 서비스 확대로 트래픽 지체 현상이 생기자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의 비용 분담 사례가 꼽힌다.
당시 넷플릭스는 ISP와 갈등을 빚다 2014년 2월 컴캐스트와 오픈커넥트(OCA) 및 별도의 망 비용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컴캐스트는 같은해 2월 23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약관(계약조건)을 공개하는 대신 "향후 수년간 고품질 넷플릭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상호 유익한 연결계약을 맺었다"고 이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해당 계약 후 다른 ISP와 달리 컴캐스트의 인터넷 속도가 3월부터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는 블로그를 통해 "넷플릭스는 강력한 망중립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가까운 시일 내에 소비자 경험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ISP에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같은 해 4월에 또 다른 ISP인 버라이즌과 , 7월과 8월에는 각각 AT&T, 타임워너케이블과 대가 지급에 합의했다. 이 역시 자세한 약관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현지 매체들은 컴캐스트 사례에 비춰 유사한 망 사용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보도했다.
넷플릭스의 망 사용 지불은 케이블TV 사업자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일부 확인되는 대목.
미국 FCC는 2016년 5월 미국 케이블TV 사업자 차터의 타임워너케이블(TWC)과 브라이트 하우스를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당시 승인조건 중 하나는 합병법인이 CP나 콘텐츠전송네트워크사업자(CDN) 등과 망 연동시 무정산(Free Peering)을 적용토록 한 것.
이는 차터가 TWC 인수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가입자 방어, OTT 사업자 경쟁력 저하를 목적으로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부여한 조건이다.
이는 역으로 해석할 때 미국 내 ISP가 CP나 CDN 사업자에 망 연동에따른 대가를 받는 거래방식이 일반적이라는 방증이다. FCC는 합병승인명령서 작성 당시 5개 ISP인 컴캐스트와 AT&T, 버라이즌, TWC, 센츄리링크가 CP나 CDN 사업자와 일방향 정산방식(Paid Peering)을 해주고 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내 거래 방식에 따라 신규 합병법인에도 CP나 CDN 대한 과도한 대가 부과를 우려, FCC가 이 같은 합병 조건을 내세운 것"이라며, "TWC가 망 연동 제공에 따라 상당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이해관계자들이 제출한 의견에도 유상 망 연동 사례가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9월 미국 싱크탱크 CEI와 소비자가 차터의 합병법인의 승인조건 무효를 주장하며 제소한 사건 판결문에서도 확인된다. 법원은 신규 합병법인이 CP나 CDN 등에 망 연동을 무상 제공하는 것을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외 올들어 8월 미국 콜롬비아 순회법원 판결문에서도 미국내 ISP들이 CP, CDN과 망 연동에 있어 유상 거래되는 경우가 다수 확인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FCC 합병 승인명령서와 미 법원 판결문 등 공문서를 통해 CP가 ISP와 연동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ISP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CP도 이용자로 하는 양면시장이라는 의미이며, 이는 양측 이용자에 대한 과금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제기하고 있는 망사용료 지급이 트래픽 차별을 금지한 망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 역시 두 사안은 별개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내에서도 같은 해석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
가령 FCC가 2016년 차터 합병승인 과정에서 망중립성 규제와 관련한 내세운 조건 3가지는 트래픽 차단금지와 조절금지, 대가에 의한 우선처리다.
합법적인 인터넷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이를 손상해서는 안되며, 금전적 대가 혹은 계열회사의 이익을 위해 트래픽 우선 순위를 지정하거나 리소스 예약 등의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누구나 동등하게 트래픽을 전송해줘야 한다는 차별 금지 규칙일뿐, 망 사용 대가 지불과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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