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오는 12일 신세계백화점 57주년을 앞두고 신세계의 '선장'을 맡고 있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독자경영 5년 만에 신세계 강남점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냈고, 비슷한 시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면세 시장에서도 '빅 3'로 자리잡는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지난 상반기 글로벌 매출 순위는 3위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매출이 소폭 상승했으며, 선두를 차지하던 영국, 프랑스 백화점들이 상반기 2~3개월간의 강제 휴업을 진행한 데 힘입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글로벌 '빅 3' 등극에는 정 총괄회장의 리더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정 총괄사장은 독자경영에 나선 직후 업계의 흐름과 반대로 가는 이색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은 업계 다수의 백화점들이 할인 매대를 늘리는 추세였지만 역으로 할인 매대를 없애는 선택을 했다. 또 오프라인 매장을 더욱 크고 고급스럽게 리뉴얼했으며, VIP등급을 세분화해 2030세대를 공략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사상 최초로 매출 2조 원의 벽을 넘어서며 일본의 이세탄 신주쿠,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영국 해러즈 등의 뒤를 이어 글로벌 5위에 올랐다.
미래도 밝다. 신세계백화점은 타 백화점들의 최대 매출 고객 연령층이 40대인 것에 비해 30대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를 위한 소비'에 집중하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확충했고, 몰링 기능을 충실히 갖춘 매장을 통해 이들을 매장 내로 끌어들인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는 코로나19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들 내년부터 신세계백화점의 재도약이 현실화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해 33억 원이었던 신세계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은 89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 총괄사장의 승부사 본능은 면세점 시장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됐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012년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며 면세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15년 인천공항점을 연 데 이어 2016년 첫 시내 매장인 명동점을 오픈했다.
이 같은 적극적 확장 전략은 2017년 최초의 흑자 달성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어 2018년에는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던 인천공항면세점 여객터미널 DF1, 5구역 사업권을 따내며 단숨에 업계 '빅 3'에 이름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 면세점 사업을 시작했던 한화갤러리아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은 실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연이어 특허권을 반납했다. 두 회사 모두 5년으로 예정됐던 특허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장'을 선택했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넘겼다. 같은 상황에서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정 총괄사장의 경영 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공간'과 상품군에 대한 직관과 뚝심이 빛났다는 평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면세점 공간을 쇼핑과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글로벌 체험 공간으로 구성했다. 특히 2018년 새롭게 오픈한 강남점에는 매장 천장에 국내 최초로 3D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또 국내 최초로 라인, 카카오, 뽀로로 등으로 구성된 캐릭터 존을 구성하고,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3대 명품이 모두 입점한 유일한 신규 면세점이 되는 등 MD 확장에도 힘썼다.
타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신세계면세점도 현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지금까지 갖춰 온 경쟁력을 고려할 시 광군제 시즌을 맞아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고 중국과의 항공편 교류도 재개되는 시장 상황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총괄사장은 뛰어난 전략적 판단력과 뚝심 있는 경영 실력을 보이며 신세계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주력 사업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사태 진정 추이에 따라 얼마든지 크게 반등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