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으로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울리면서 삼성그룹주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코스피 시총 상위에 포진된 '대장주'이기 때문이다.
일단 고(故) 이 회장의 유산은 주식만 따져도 18조원이 넘어 지분상속에 따른 상속세만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상속재원 마련을 위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매각이나 배당확대가 예상돼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상속세 총액은 10조6천여억원에 이른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은 이 상속세 총액 가운데 자신이 상속받은 비율만큼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주가 향방에 따라 실제 세액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 유력하게 점쳐지는 것은 삼성생명·삼성SDS의 지분매각과 삼성물산·삼성전자의 배당 확대를 통한 재원마련 및 이 부회장 체제 강화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바탕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지분 보유율은 19.34%다. 때문에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처분하더라도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엔 문제가 없을 것이란 평가다.
삼성SDS 지분매각 가능성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현재 삼성SDS에 대한 지분율은 이 부회장 9.2%, 이 사장 3.9%, 이 이사장 3.9% 등이지만 삼성전자(22.58%)와 삼성물산(17.08%)이 삼성SDS 지분의 40%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3남매가 지분을 매각해도 경영권 행사엔 역시 큰 무리가 없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떻게 분할해서 상속하든 상속세를 당장 마련하는 것이 어렵게 된 이상 배당수익 규모와 삼성그룹의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제외한 삼성생명과 삼성SDS의 지분 처분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여러 시나리오를 종합할 때 현재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의 그룹 내 중요도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며 "패션 등 비관련 사업 분할 등의 효율화 개선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특수관계자의 삼성전자 지분매각은 경영권 방어 등을 이유로 실행 가능성이 낮다"며 "삼성전자의 배당정책 강화가 이어질 것이므로 삼성전자의 주가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은 증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이날 개장 직후 삼성물산 21% 넘게 급등,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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