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세계는 '고객이 행복한 회사'가 돼야 합니다. 또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회사보다는 존경 받는 회사가 돼야 하며, 직원들이 자긍심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회사가 돼야 합니다."
2010년 10월 24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 본점 개점 80주년을 맞아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취임한 지 1년이 약간 되지 않은 '새내기 경영자'로서 당찬 포부를 내비치는 모습이었다. 오는 24일 신세계백화점 개점 90주년을 맞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이 같은 구상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둘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필드가 들어섰고, 이커머스 시대에 발맞춰 온라인을 강화했다. 또 노브랜드 등을 통한 '국민가격' 프로젝트로 다수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도 이어졌다.
이는 고객의 열렬한 호응으로 이어졌다. 부산 센텀시티점, 천안점 등 정 부회장 취임 이후 개점한 매장은 각각 지역 내 1위를 다투는 점포로 성장했다. 스타필드 역시 복합쇼핑몰의 대명사로 성장하며 매 주말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존경 받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정 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에 힘썼다. 개인적인 노력도 이어졌다. 젊은 직원들과 함께 강원도 등에서 '번개 봉사'를 벌이는 등 미담을 쏟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올해는 사회의 '키다리 아저씨'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SBS '맛남의 광장'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도 못난이 감자, 해남 왕고구마, 바다 장어 등을 한 순간에 완판시켰다.
이 외에도 '덕분에 챌린지', '플라워 버킷 챌린지' 등에 연쇄적으로 등장하며 코로나19 사태 전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를 돕는 것에도 앞장섰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에 대한 대중의 호감이 높아졌고, 이제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모범적인 셀럽'으로 자리매김했다.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복리후생 개선에도 앞장섰다. 정 부회장은 80주년 기념사를 남긴 직후인 2011년부터 장기근속 후 퇴직 임직원 자녀의 중·고·대학교 학자금을 퇴직후 10년까지 지급하는 파격적 복리후생 정책을 실시했다. 또 보육시설, 피트니스센터 등 복지시설 개장도 이어갔다.
이어 2013년에는 워킹맘, 정년, 고령자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 1천여 개를 창출했으며, 또 지속되는 출점 과정에서 곳곳에 다수의 고용을 창출해냈다. 이 같은 노력이 신세계그룹의 이미지를 높였고, 자연스럽게 소속해 있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업계는 10년 전 정 부회장이 제시한 '3대 약속'이 유통 기업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 살아남기 위해 '고객 감동'은 필요충분조건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갈수록 엄격해지는 시대 흐름을 미리 내다본 발언이었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꾸준한 사업적 투자와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어오며 신세계그룹을 존경받는 유통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이는 대한민국 유통 기업이 가야 할 길을 일정 부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 부회장이 본격적 이커머스 시대를 맞아 지금 펼치고 있는 전략들이 또 10년 후 어떤 신세계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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