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용진·유경 두 자녀에게 보유 중인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증여했다. 이에 정용진의 이마트와 정유경의 신세계 두 축의 '남매경영' 구조가 굳혀졌다. 사실상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평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를 각각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했다.
이에 이 회장의 이들 회사에 대한 지분은 각각 18.22%에서 10.00%로 낮아졌으며,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로 자리잡았다.
이번 증여 규모는 약 4천900억 원 수준으로 증여세만 2천500억 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1천622억 원, 정 총괄사장은 844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적법하게 납부할 예정"이라며 "주식, 현물 납부 등을 열린 가능성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06년 부친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에게 주식을 증여받으며 3천500억 원 규모 증여세를 주식으로 현물 납부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이마트를 인적분할해 정 부회장에세 경영을 맡기며 남매경영의 막을 열었다. 또 2016년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분을 교환하면서 본격적인 남매경영 체제 안착에 들어갔다.
이번 지분 증여는 이 같은 남매경영의 '화룡정점'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은 이 회장이 일선에서는 물러났더라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증여를 통해 본격적으로 '책임경영'체제에 돌입했으며, 상대적으로 지분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신세계그룹의 특성을 고려할 시 안정적 후계구도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결국 이마트와 신세계가 계열분리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두 남매가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룹을 반으로 나누어 경영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안정적 체제도 구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변수로 바라보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마트와 신세계를 가릴 것 없이 영업 환경 악화로 인한 부진을 겪는 가운데, 이를 탈피하기 위한 리더십 및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이다.
특히 이 회장이 아직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승계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이 회장의 지분 증여는 두 남매의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판단이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이 회장이 직함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이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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