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 제재 향방을 두고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최근 SMIC 제재가 미국 반도체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추가 제재안을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 세계 2천400여 개 반도체 장비 업체들로 구성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에게 SMIC 제재 철회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만일 SMIC가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기업들 역시 SMIC에 제품을 공급할 때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SEMI는 서한 초안에서 "SMIC 제재는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위협하고, SMIC에 공급이 어려워지면 미국 기업들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며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 미국 제품 공급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줘 결국 미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SEMI에 따르면 SMIC는 미국 기술을 토대로 한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연간 50억 달러(약 5조8천100억 원) 규모로 구매한다. 수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반도체 기업들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 보스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3월 발간한 반도체산업 관련 보고서에서 "미국이 반도체 중국 판매를 금지할 경우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48%에서 3~5년 사이에 1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며 "중국은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가 힘을 받으면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국가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속도가 붙을 경우 점유율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BCG는 중국이 지난해 19%였던 반도체 자급률을 40%까지 끌어올리며,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자급률이 85%까지 올라가면 점유율은 30%대에 육박할 것으로 봤다.
현재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일부 제재도 잠시 멈춘 상태다. 당초 미국 상무부는 미국 시민들이 중국 앱 틱톡과 위챗을 다운로드할 수 없도록 금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틱톡은 지난 19일 오라클, 월마트와의 미국 내 합작법인 '틱톡 글로벌' 설립이 승인되며 금지 조치가 일주일 연기된 상태다.
위챗 제재는 미국 법원에서 제동을 걸었다. 미국 법원은 중국 메신저 앱 '위챗'의 다운로드를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위챗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상무부의 증거가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개인의 권리를 필요 이상 침해한 결정이라는 판단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분간 미국 정부가 추가 제재안을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화웨이를 시작으로 중국 IT 기업의 숨통 끊기에 들어갔지만,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칫 자국 기업들까지 피해가 갈 수 있는 만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인 스타일이기 때문에 갑자기 어떤 제재안을 내놓을지 모른다"며 "미중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긴장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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