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통의 '뷰티 맞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올해 상반기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면세점 채널의 붕괴 속에서도 타격을 최소화한 LG생활건강과 달리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아쉬운 실적을 내며 '쓴맛'을 봤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분기 매출 1조1천808억 원, 영업이익 362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7%, 영업이익은 67.2% 줄어들었다. 또 당기순이익은 93.1% 감소한 51억 원을 기록했다.
◆'뷰티 사업' 치중 아모레퍼시픽, 코로나19 '직격탄' 제대로 맞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외 전반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뷰티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19의 영향력을 피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국내 사업은 코로나19의 여파 및 채널 정예화 작업으로 면세, 백화점, 로드숍 등 오프라인 사업의 실적이 하락하며 영업이익이 줄었다. 해외 사업도 부진을 겪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매출 1조557억 원, 영업이익 35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2%, 59.9%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88.2% 줄어든 51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해외 매출은 21% 줄었다.
다만 이 같은 부진 속에서도 온라인 채널의 성장은 증명됐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온라인 채널 매출은 약 60% 늘었다. 특히 설화수 등 럭셔리 브랜드의 디지털 채널 매출은 약 80%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라네즈·마몽드·아이오페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온라인 및 멀티브랜드숍 채널에서 고객 접점을 늘렸다. 온라인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채널 대응 역량을 높인 것에서 효과를 봤다. 또 최근 서울 명동에 선보인 '아이오페 랩' 등 체험형 매장도 시장으로부터 호의적 반응을 얻었다.
주력 계열사는 일제히 부진을 겪었다. 이니스프리는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40% 하락한 88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에뛰드도 전체 매출이 35% 줄었다. 이는 로드숍 매장 효율화 작업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두 계열사의 온라인 매출은 '트루케어 비타민 C20 앰플' 등 신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장했고 에뛰드의 2분기 영업 적자 폭은 축소됐다.
에스쁘아는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10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시장이 축소되면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져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이니스프리, 에뛰드와 마찬가지로 직영점 축소와 오프라인 채널 매출 감소로 전체적 매출은 줄었지만 온라인 채널은 적극적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성장세를 보였다.
에스트라와 아모스프로페셔널은 아모레퍼시픽을 제외한 계열사 중 유이하게 흑자를 냈다. 에스트라는 2분기 매출 274억 원, 영업이익 2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53% 하락한 수치다. '아토배리어 365 라인'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매출은 성장했지만 이너 뷰티 제품의 매출이 감소했다.
아모스프로페셔널은 매출 171억 원과 영업이익 3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 4%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살롱 방문 고객이 감소하며 매출이 줄었지만 대리점 전용 상품인 '그린티 액티브 샴푸'를 리뉴얼 출시하고 역직구 경로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타격을 최소화했다.
◆뷰티 사업 타격 생활용품·음료가 메꾼 LG생건…'포트폴리오의 승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LG생활건강은 면세점 채널의 붕괴 속에서도 61분기 연속 영업이익 성장에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과 마찬가지로 뷰티 사업부문의 실적은 하락했지만 생활용품 및 식음료 사업부문이 성장하며 '포트폴리오의 힘'을 보여줬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분기 매출 1조7천832억 원, 영업이익 3천3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들며 연속 성장이 중단됐지만 영업이익은 0.6% 성장하며 기록을 이어갔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3조6천795억 원, 영업이익은 6천37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1% 늘어나며 역대 최대 반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주력 사업부문인 뷰티 사업부문은 상반기 매출 1조9천898억 원, 영업이익 3천99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15.3%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수 급감과 면세점 판매가 막힌 상황에서 과도한 할인 경쟁을 펼친 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은 이어졌다. '후'는 상반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중국 현지 시장이 빠르게 정상화되며 현지 이커머스 쇼핑 축제인 '618 쇼핑축제'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이 좋은 성과를 냈다. 이에 LG생활건강 뷰티부문의 해외 사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7% 성장했다.
생활용품 사업부문과 식음료 사업부문은 '급성장'을 기록했다. 생활용품 사업부문은 상반기 매출 9천415억 원, 영업이익 1천28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4%, 79.7% 성장한 수치다. 식음료 사업부문은 매출 7천482억 원, 영업이익 1천87억 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각각 4.8%, 35.8% 성장했다.
이들 두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생활용품 사업부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방역 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항균 티슈 등 위생용품이 급성장했다. 식음료 사업부문은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수요가 늘어난 데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 야외 활동이 제한되며 위축된 시장 상황은 '코카콜라', '조지아' 등의 적극적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힘입어 상쇄됐다.
◆해외·온라인 집중 이어질 듯…아모레퍼시픽은 '인적 쇄신' 돌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향후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 집중하는 사업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이 '대세'로 자리잡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서둘러 사업 구조를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른 것이라는 평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대표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를 통해 인도 시장 온라인 채널에 진출했다. 또 중국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 채널에 투입해 현지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마케팅·프로모션 협력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11번가 등과 손잡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사업 역량 확대에도 나섰다. 특히 네이버와는 온·오프라인간 시너지 강화, 데이터 기반 상품 개발, 해외시장 공동 진출 등을 꾀할 방침이다. 로드숍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최강자'의 위상을 온라인 시장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대표를 데일리뷰티 부문장을 지낸 임하영 전무로 교체하고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과장을 그룹전략팀으로 발령하는 등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지난해 말 별다른 변화 없이 소폭의 인사만을 단행하며 기존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칼을 빼들었다는 평이다.
LG생활건강도 더페이스샵, CNP코스메틱스, 케이엔아이 3개 자회사를 합병하는 등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 채비를 마쳤다. 기존에 이들 회사는 LG생활건강의 100% 자회사였다. 이에 사업 재정비를 통해 브랜드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미주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미국 뷰티업체인 '뉴에이본'을 인수하고 지난 2월에는 글로벌 더마 브랜드 '피지오겔'을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을 활용해 3대 시장인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의 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뷰티 빅 2'의 대결은 결국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승패가 갈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중국 시장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이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양사 모두 다소 실적이 반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 교두보 마련을 위해서는 중국을 제외한 타국 시장을 반드시 개척해야 한다"며 "대부분 시장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 대비 차원에서의 전략적 구상을 하루 빨리 마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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