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향후 5년 내 180조원으로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잡아야 합니다."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재계 '빅4'가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으로 꼽힌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맞손을 잡는다. '포스트 반도체'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합종연횡이다.
앞서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를 '한국판 뉴딜'을 이끌 신성장 산업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이에 재계가 정부 정책에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지형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미래산업에 집중투자키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 역시 미래차의 한 축으로 우리 기업들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완성차 회사와 배터리 회사간 합종연횡이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추세 속에서 재계 총수의 잇따른 회동은 자동차업계는 물론 배터리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재계 총수 회동이 정례화될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달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미래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묘수를 찾기 위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차례로 만나온 정 부회장의 마무리 현장 행보로 읽힌다.
전기차 배터리는 반도체를 이을 신성장동력으로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3년께 배터리시장 규모는 95조8천억원 수준이다.
또 해외시장 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연평균 성장률을 25%로 추정해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2025년 169조원 시장을 내다보는 메모리반도체보다 큰 수준이다.
올해 1분기 LG화학이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와 7위를 기록했다.
재계 일각에선 현대차그룹과 삼성, LG, SK 등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을 뛰어넘어 넓은 관점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전반의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SDI나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디지털 콕핏와 LED 램프 등 전장부품에서도 협업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글로벌 전장기업 하만을 통해 전장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LG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장부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이목을 끌며 삼성, SK, LG그룹과 협력에 나서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승부수'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배터리 3사 현장 방문을 마친 정 수석부회장이 4대 그룹 배터리 협력을 넘어 재계의 경영 현안 및 사업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총수 정례회의를 추진할 가능성에도 재계일각에선 무게를 둔다.
재계 관계자는 "명목상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위한 만남이라고 하지만 실무자가 아닌 각 그룹 총수의 회동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사업영역을 감안해볼때 앞으로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재계 총수간 사업 관련 회동이 연이어 성사된 배경에는 산업트렌트의 급변이 자리 잡고 있다"며 "차세대 배터리 도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한편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 선점을 도모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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