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미국·영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과학적 규제를 통해 흡연자들의 비연소제품으로의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데올로기적 접근만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건설적 노력을 이어가기 어려우며 한국필립모리스는 합리적 규제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7일 유튜브를 통해 진행된 한국필립모리스의 '담배연기 없는 미래 비전 기자간담회'에서 백영재 필립모리스 대표는 정부 당국의 전자담배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필립모리스의 비전은 표어가 아니며 달성해야 할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날 백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를 간략히 밝히면서 전자담배에 대한 '과학적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담배 시장에서 점유율 타격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아이코스'를 중심으로 한 담배 연기 없는 미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2017년 아이코스를 출시한 이래 궐련형 전자담배에 집중한 마케팅·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한국필립모리스에 따르면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지난 10여년 동안 비연소 제품 분야에 8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또 아이코스용 궐련인 '히츠'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시장의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1% 줄어든 16억 개피에 그쳤다. 반면 일반담배 판매량은 같은 기간 8.7% 성장한 146억 개피에 다다랐고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도 3.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에는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2018년 대비 9% 증가한 73억 개피를 기록했지만 성장세는 2018년 340%에 비해 크게 꺾였으며 같은 기간 일반담배 판매량 하락세도 2.2%로 2018년 8.9% 대비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한국필립모리스는 매출은 6천831억 원, 영업이익 44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8년 대비 21.5%, 영업이익은 36.3% 줄었다. 아이코스 신제품 출시가 느려지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경쟁사로 옮겨가게 된 것이 주된 이유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자체 성장이 더뎌진 것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이다.
백 대표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위축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 정부 당국의 '이데올로기적' 규제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바라봤다.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이 일반담배 대비 유해물질 배출을 90%가량 줄인 제품임에도 정부 당국이 검증되지 않은 실험 등을 통해 오히려 유해하다는 주장을 이어갔고 이로 인해 흡연자들의 저위험 제품군으로의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식약처는 지난 2018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더 많은 '타르'를 배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국필립모리스는 타르가 불로 태워서 나오는 물질인 만큼 태우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더욱 많이 검출되기 어려운 물질이라는 반론으로 맞섰고 식약처에 정보공개 청구를 냈다.
하지만 식약처는 정보공개를 거부했으며 한국필립모리스는 동년 10월 식약처에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해 최근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백 대표는 "식약처와의 소송은 민형사상 배상 등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실험환경 등 식약처의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진행했으며 현재 일부승소 판결 후 식약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백 대표는 일반담배 점유율이 하락하더라도 아이코스 중시 전략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당장의 신제품 출시 계획은 없지만 경쟁사들의 지속적 전자담배 단말기 출시가 결국 전자담배 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날의 비전 실현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바라봤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궐련형 전자담배 단말기의 할인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추후 발표될 식약처의 유해성 분석 결과에 따른 추가 규제가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규제가 확정될 경우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정부 당국이 마련하는 규제가 '과학적'인 방식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 대표는 "전자담배 시장에서 아이코스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연소 제품 카테고리 자체가 성장하는 것"이라며 "경쟁사들의 지속적 신제품 출시가 비연소 제품 카테고리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담배 연기 없는 미래 비전 달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연소 제품에 대한 정부 당국의 규제가 확정되면 따르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과학에 입각한 의견을 당국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것"이라며 "국민건강 및 보건에 일반담배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미래가 정부 당국의 규제에 달려 있는 만큼 건설적 토의와 노력이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