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일본의 소재·부품산업 수출규제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일본 자동차 불매운동이 1년째 진행 중이다. 불매운동 여파로 닛산·인피니티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혼다코리아는 영업이익이 90% 급감하는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1일 혼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영업이익이 19억8천만원으로 전년(196억1천만원) 대비 90% 가까이 줄었다. 매출액은 3천632억원으로 전년(4천674억원)보다 23% 줄었다.
혼다코리아의 실적이 급락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일본차 불매운동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혼다는 지난해 6월 801대를 판매했지만 7월에는 468대로 42% 줄었다. 이어 8월 138대, 9월 166대로 더욱 줄었다. 10월에는 806대로 회복되는 듯 했으나 11월에 다시 453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연말 프로모션 등으로 1천45대 판매에 성공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단 한번도 400대를 넘기지 못했다.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천323대로 전년 동기(4천883대) 대비 73% 줄었다.
실적이 추락한 혼다코리아는 배당도 실시하지 못했다. 2018년 회계연도에는 64억원을 배당했었다. 현재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이번 회계연도 역시 배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닛산·인피니티는 불매운동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닛산은 한국시장 철수가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불매운동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닛산은 불매운동 이전에는 매월 300대가량 판매했지만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직후에는 판매량이 100대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었다. 올해는 5월까지 판매량이 1천41대로 전년 동기(1천683대) 대비 38% 감소했다. 인피니티 사정도 비슷하다. 특히 올해 1월에는 단 1대를 판매하는 굴욕을 당했다. 5월까지 판매량은 222대로 무려 77% 줄었다.
닛산은 올해 12월까지만 기존 재고를 판매하고 한국 시장을 떠날 예정이다. 향후 8년 동안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서비스 제공 내용과, 8년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닛산 측은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토요타·렉서스의 감소폭이 그나마 가장 적었다. 토요타의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천139대로 전년 동기(4천935대) 대비 57% 줄었고, 같은 기간 렉서스는 7천70대에서 2천583대로 64% 감소했다.
토요타·렉서스, 혼다, 닛산·인피니티 등 일본 브랜드 전체의 올해 1~5월 국내 시장 판매량은 총 7천308대로 전년 동기(1만9천536대) 대비 62.6% 줄었다.
문제는 1년 가까이 진행 중인 일본차 불매운동이 더욱 장기화되는 것이다. 현재 판매량 추세가 이어지면 토요타와 혼다도 국내 시장을 지키고 있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요타와 혼다는 '제2의 닛산'이 되지 않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렉서스는 'UX 250h'의 F SPORT 모델을 출시해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법인전용 리스 프로그램인 '렉서스 오토 케어 리스'를 선보이며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불매운동으로 어려움이 크다"면서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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