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지상파 재송신료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2021년까지 점진적인 인상을 통해 2018년말 기준에서 약 25% 가까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 단계인 KT를 비롯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협상 막바지 단계다. 이를 기준으로 향후 케이블TV(SO)와 협상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지상파 방송사는 이번 재송신료 협상과 관련 기존 가입자당재송신료(CPS) 대신 지난해 재송신료 총액을 기반으로 산정방식을 바꿨다.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 증가세 둔화 상황을 감안, 책정방식의 투명성 개선이 표면적 이유다. 다만 최근의 인수합병(M&A), 8VSB(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경해 보는 방식)이용자 포함여부 논란 등 여러 변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상파 측은 이번 총액기준 산정방식 변경 및 인상폭 관련 정확한 근거 등에는 말을 아끼는 상황. 유료방송업계 일각에서는 콘텐츠대가산정위원회 설립 등을 통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가 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와 이 같은 재송신료 산정방식 변경 및, 단계적인 25% 인상에 관한 협상을 진행중으로 일부 사업자와는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사 간 재송신료는 통상 3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진다. 직전 계약만료는 2018년으로 그 해 재송신료 계약이 끝나야 했으나 인상폭에 대한 입장차로 1년 넘게 답보 상태였다. 이번 인상안이 합의되면 지난해부터 소급 적용된다.
◆지상파-IPTV, CPS 기준 바꿔 25% 단계적 인상 합의 단게
2018년 가입자당재송신료(CPS)는 400원 수준. 지상파는 이를 근거로 현상 초기 2배인 800원을 주장 했으나 이 후 500원선에서 유료방송사와 줄다리기 해왔다.
이번에 지상파는 IPTV 사업자와 기존 가입자 기준 송신료 산정방식인 CPS 대신, 기존 송신료 총액을 기준으로 인상폭을 결정, 산정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KT와는 계약단계로, 나머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와도 마무리 단계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CPS 협상은 지상파가 벌어들인 기존 CPS 총액에서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인상폭이 결정되면 이를 가입자당 비용으로 환산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가입자가 수시로 변동되는 상황 등을 감안 산정 절차 간소화 차원에서 총액 기반 인상 내지 인하폭 결정으로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로서는 그동안 고질적으로 지적됐던 CPS 산정 투명성 확보 등이 가능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 OTT 공세에 위협받는 유료방송사의 가입자 감소 등 영향 없이 유료방송 매출 대비 재송신료를 인상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IPTV 매출은 KT가 약 1조6천억원, SK브로드밴드 1조2천985억원, LG유플러스 1조323억원 등 통신 3사 모두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 1분기 역시 전년동기 대비 매출 성장을 이뤘다. 지속되는 M&A 여파로 매출 성장세는 더 커질 전망이다.
유료방송사 입장에서는 재송신료 기준을 기존 유료방송사 가입자가 아닌 지상파 콘텐츠 역량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꾀할 수 있다.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5% 내외에 그치고 있는데다, 시청률도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 장기적으로 재송신료 산정 기준 근거를 유료방송이 아닌 지상파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 지상파 협상력 우위 여전…사지 내몰린 케이블TV
그러나 이 같은 기준 변경에도 여전히 지상파가 재송신료 협상의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재송신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상승폭 역시 오는 2021년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해 2018년 대비 약 25% 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간 업계에서 거론됐던 기존 방식의 500원 인상 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이 수준이라면 지상파 3사의 재송신료 수입은 4천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방통위의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KBS2의 지상파 재송신 매출액은 1천99억원, MBC와 지역MBC는 1천45억원, SBS와 지역민방은 1천40억원으로 집계됐다. 3사 총 3천184억원에 달하는 것. 이번 협상대로 2021년 25%까지 인상될 경우 지상파 3사의 재송신료 매출은 약 4천억원까지 늘어난다.
업계 관행상 IPTV 계약은 후속으로 이어지는 케이블TV 협상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즉, IPTV의 재송신료 인상폭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IPTV의 경우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날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케이블TV 부담은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점. IPTV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되면서 기존 SO의 위상이나 경쟁력은 날로 하락하는 추세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의 합리적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서도 콘텐츠 사용료 재정립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상파 재송신료의 정당한 대가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협상력에 따른 콘텐츠 사용료 수익 확보에만 급급하면 방송시장 자체 파이도 증가하기 어려워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등으로 IPTV에서 결정된 대가가 케이블TV에 그대로 적용, 전가될 수 있다"며, "합리적인 지상파 재송신료 기준 마련 및 분쟁 조정 등을 위해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재송신료뿐만 아니라 종편 수신료, PP 프로그램 사용료 등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명확한 대가산정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처럼 사업자간 협상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보완하려면 '콘텐츠 대가산정 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기구 설립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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