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얼마 전 일이다. 주차장에서 스마트폰 내비를 찍고 시동을 켜려고 앞을 보니 차 한 대가 감속을 하지 않고 꺾으며 옆 칸에 정면주차를 시도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툭' 하는 소리가 났다.
조수석에 있던 동승자가 우측 사이드미러가 상대차량 사이드미러와 닿았다고 했다. 차에서 내려 살펴봤더니 아무런 흠집이 없었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상대 차량 운전자가 다가와 보험사를 부를 지 물었다. 별 일 없을테니 그냥 가시라고 한 뒤 혹시 몰라 번호 교환만 하고 마무리했다.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못된 사람들은 한방병원에 가서 '드러눕는' 경우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프다고 끝까지 버티면 최고 200만원은 받을 수 있다며 말이다. 이참에 한방병원에 가서 공짜로 평상시에 아프다는 등 통증도 치료 받고, 첩약 처방도 받으라며 농담을 했다.
차도 사람도 멀쩡한데 그게 가능하냐며 웃어넘기고 말았지만 순간 최근 벌어진 대한한의사협회와 보험업계 간 과잉진료 공방전이 오버랩됐다.
시작은 보험개발원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한방 진료비 증가를 꼽으면서부터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사고 관련 한방진료비는 7천90억원으로 전년대비 28.2% 증가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 한의협은 한방치료비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지난해 전체 손해액 증가분 중 13.6%에 불과해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상환자의 한방치료가 급증한 것은 환자의 높은 선호도와 만족도 때문이며, 과잉진료와 관련해서는 경상·중상 여부나 상해등급이 치료 필요여부를 결정지을 수 없다고도 밝혔다.
보험업계는 바로 재반박에 나섰다. 전체 지급보험금 증가액 중에서 한방진료로 인한 보험금 증가액이 절반 수준이기에 자동차보험 실적악화의 주요 원인이 맞다고 했다.
또한 한방의 평균진료비가 양방 대비 2배가 넘다는 것은 과잉진료임을 방증하는 것이며, 한방 진료가 경상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 왜 1인당 통원일수가 양방보다 약 1.6배 더 기냐며 반박했다.
한방병원 과잉진료 논란. 한의계의 잘못일까. 아니면 한의계의 성장을 고깝게 여긴 세력의 모략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잠시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먼 보험가입자의 탓일까. 누구의 잘못이건 그사이 우리의 자동차보험료는 또 오르고 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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