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첫인상은 좋다. 'LG 벨벳'을 처음 만지자 든 생각이다. 한 손으로 잡자마자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 사이로 착 달라붙었다. '3D 아크 디자인'으로 보다 손에 딱 맞는 기기 모형을 구현한 덕분이다.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세로폭을 늘리고 가로폭을 줄인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점도 눈에 띄었다. 가로폭이 좁기에 그만큼 한 손으로 기기를 다루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생긴다. 전작격인 'G8 씽큐'와 달리 후면 커버가 미끄럽지 않아 이러한 장점이 더욱 부각된다.
LG전자가 'LG 벨벳'을 홍보하면서 중점적으로 내세운 부분이 '그립감'이었다. 이를 위해 LG전자 스마트폰에는 처음으로 '3D 아크 디자인'을 적용했다. 좌우 디스플레이를 살짝 구부려 디스플레이 전면을 약간 튀어나오게 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적용된 '엣지 디스플레이'와 비슷하다. 갤럭시 최신 제품에 적용된 디스플레이보다는 구부러짐의 정도가 완만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디자인을 지원하면서 잡는 느낌과 디자인적 면에서 장점을 얻었다. 기기 두께 자체도 얇게 구현해 장점을 더했다.
'LG 벨벳'의 또 다른 특징적 디자인인 '물방울 카메라'는 제품과 잘 어울렸다. 물방울이 떨어지듯 위에서부터 아래로 렌즈 크기를 달리 한 것이 참신하다. '카툭튀'가 약간 있기는 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애플 '아이폰11'과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의 후면 카메라에 연거푸 적용된 '인덕션 디자인'에 좌절한 사용자들이라면 충분히 주목할 만한 디자인이었다.
색상에도 힘을 많이 줬다. 대표 색상인 '오로라 화이트'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프리즘 화이트'처럼 평소에는 하얀색이었다가 빛이 반사되면 무지갯빛을 낸다. 무지갯빛 파스텔 색상의 패턴 필름을 후면에 부착했다고 한다. 오로라 그레이와 오로라 그린, 일루전 선셋 역시 빛에 따라 파스텔 빛이 번져 오묘하게 다른 색감을 낸다. 실제로 일루전 선셋의 경우 기자가 체험한 매장에서는 빛으로 인해 마치 핑크색처럼 보이기도 했다.
카메라 성능은 무난했다. 최대 4천800만화소의 메인카메라와 800만화소 초광각카메라가 사진 촬영의 바탕이 된다. 여기에 500만화소 심도카메라는 인물 사진 촬영에 도움을 준다. 망원 렌즈가 없다 보니 줌은 디지털 방식이다. 최대 10배까지 확대가 가능한데 확대 촬영할 경우 화질이 다소 떨어졌다. 그 대신 촬영 배속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타임랩스 컨트롤, 짐벌과 같은 효과를 주는 스테디캠, 인물 사진에 입체감 효과를 주는 3D 포토 등 각종 '이지 크리에이션' 카메라 기능을 지원한다.
앞서 언급한 세로로 긴 디스플레이는 영상 시청에서 힘을 발휘한다. 대개 영상을 볼 때는 가로로 기기를 돌리는데, LG 벨벳은 화면 자체가 큰데다가 가로로 좀 더 길어 보다 영화관과 비슷한 느낌을 선사한다. 스테레오 스피커와 인공지능 사운드는 영상 몰입감을 더욱 높이는 요소다. 여기에 얇은 두께와 3D 아크 디자인으로 편한 그립감을 제공해 스마트폰을 들고 더 오래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경쟁사 제품에 비해 다소 두꺼운 베젤과 노치가 더욱 아쉬웠다. 베젤 두께는 기존 LG전자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개선됐지만 당초 첫 공개 영상에서 나왔던 디자인과 비교하면 조금 더 두꺼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화면 상단 중간에 배치된 노치 역시 지난해 하반기 나왔던 V50S 씽큐와 비슷한 수준으로 컸다. 화면에 꽉 차게 영상을 재생할 경우 아무래도 노치가 거슬리는 점이 있었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765를 탑재했다. 플래그십 AP인 스냅드래곤 865보다는 한 단계 아래로, 퀄컴 AP 중에서는 최초의 5G(5세대 이동통신) 통합칩이다. 프리미엄폰보다는 중가형 5G 스마트폰을 염두에 둔 제품이다. 일단 사진·영상 촬영, 간단한 게임, 인터넷 서핑 등만으로는 플래그십 AP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사진 촬영 모드와 영상 촬영 모드 간 전환도 지연 없이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앱 실행이나 화면 전환 속도가 최신 AP를 적용한 제품보다 간혹 살짝 느릴 때는 있었다. '프리미엄' 제품과 '매스 프리미엄' 제품 간 나는 어쩔 수 없는 차이다.
전용 스타일러스 펜인 'LG 액티브펜'도 지원한다. 와콤에서 만든 제품으로 4천96레벨의 필압과 틸트 인식을 지원한다. 전용 필기 앱인 '네보(Nebo)'가 기본 탑재됐다. 아주 약간의 지연은 있었지만, 그래도 빠르게 필기를 인식하는 점은 좋았다. 다만 기자가 다소 악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펜으로 쓴 글을 텍스트로 정확히 인식하는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S펜과는 달리 스타일러스 펜의 기기 부착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LG 벨벳'은 LG전자가 출시 전 장점으로 내세웠던 디자인과 그립감에서는 분명히 강점이 보였다. 색깔도 휘황찬란하게 잘 뽑았다. LG전자가 제품 출시 행사를 '패션쇼' 콘셉트로 꾸민 이유가 이해가 갔다. 실제로 출시 영상을 보면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과 함꼐 LG 벨벳의 다양한 색깔들이 부각된다.
하지만 이 제품이 어디까지나 플래그십이 아닌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90만원에 육박하는 출고가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건 사실이다. 성능 면에서 경쟁사들의 중가 스마트폰과 비교해 아주 큰 이점을 느끼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듀얼스크린과 LG 액티브 펜까지 구매할 경우 11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중가형에 속하는 제품을 '풀옵션'으로 구매했을 때 100만원이 넘어간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심리적 저항이 우려된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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