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아직은 일부 기업에 국한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경기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은 상상 외로 커질 수 있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전략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가 현상황을 이같이 진단하며 전한 말이다. 미중무역전쟁에 이어 코로나19 등 확산되면서 '경제위기설'에 재계 곳곳에선 구조조정에 칼을 빼들었다. 대규모 인원 감축과 희망 퇴직 등 살을 깎는 심정으로 구조조정을 단행, 사실상 '생존경영'을 하겠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희망퇴직' 등 산업계 내 감원 및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심상치 않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에다 최근 코로나19라는 돌발악재까지 겹치자 기업들이 사업 부진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항공업계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앞서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한 항공업계의 타격이 가장 심각하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은 지난 12일 비상경영을 넘어 위기경영체제로 전환했다. 티웨이, 이스타항공 등 국내 주요 LCC는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비용절감을 위해 '주 4일 근무’를 도입한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 대책마저 미흡해 항공사들의 경영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진에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을 실시한다. 희망휴직은 오는 4월15일까지 신청하는 인원이 대상이며 무급으로 최소 1주에서 최대 12개월까지 신청 가능하다. 휴직 개시 시점은 오는 3월부터 5월까지다. 이들 회사는 같은 기간 무급휴직제 단행, 임원 임금 30% 반납 등 인건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쓸 예정이다.
지난해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한 대한항공(영업이익 2천908억원)도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3개월 단기 무급휴직을 시행했으며 12월에는 15년 이상 근속한 40세 이상 직원의 자발적인 의사에 한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또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3월 한 달간 연차 휴가도 실시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가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8일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한창수 사장은 임금의 40%를 반납한다. 특히 모든 임원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의 30%를, 조직장은 20%를 반납한다. 일반직, 운항 승무직, 캐빈(객실)승무직, 정비직 등 모든 직종을 상대로 무급휴직 10일도 시행한다.
이런 비상경영은 이른바 취약 업종을 넘어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에쓰오일도 비상경영 체제다.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실적 악화와 코로나19 파장이 계속되면서 석유시황이 최악의 상황인 탓이다. 197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인사제도 설명회를 열어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명예퇴직을 검토 중임을 알렸다.
롯데쇼핑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효율 점포로 분류된 전체의 30%를 정리한다는 내용의 ’2020 운영전략’을 전격 발표했다. 온라인으로 변해가는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기반인 롯데쇼핑의 실적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천279억 원으로 전년비 28.3% 줄었고, 순손실은 8천536억 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이처럼 산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4곳 중 1곳은 올해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기업 384개사를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 계획 여부' 조사에 따르면 4곳 중 1곳(23.7%)은 '올해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 중 31.9%는 2019년에도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항공, 중공업, 유통업계 등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회사 설립 이래 한 번도 인력 구조 재편에 나서지 않았던 기업들까지 최근 희망·명예퇴직안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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