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과거 분식회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당초 계획보다 3배 높은 1천5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피소액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연간 순이익의 1.5배 가량을 충당부채로 설정한 상태다.
이로써 올해부터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서려던 대우조선의 부채 리스크가 한층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재판부가 주주 및 채권자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릴 경우 대우조선 합병을 추진하는 현대중공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대우조선, 딜로이트안진 등과 대우조선 경영진 10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청구금액을 기존 489억원에서 무려 3배 가까운 1천430억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청구취지 변경신청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아울러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고 소장 부본 최종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청구금액에는 지연손해금이 제외된 만큼 향후 배상액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앞서 대우조선은 2012∼2014년 3년 동안에만 5조원 이상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금융권 등에 10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회계법인 안진은 2010년부터 각종 이상 징후 속에서도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해 내지 못하고 매년 재무제표에 '적정'의견을 밝혔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내부검토를 통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대우조선이 2013사업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4년 3월부터 매입한 대우조선 주식 중 회계 분식혐의를 인지한 2015년 7월까지 주식을 보유한 데 따른 손실을 1차 배상대상으로 두고 489억원의 손해배상소송 청구금액을 산정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계 분식에 따른 피해액을 재산정하고 청구금액을 당초 계획보다 무려 1천억원이나 끌어올렸다. 분식회계로 망가진 대기업을 살리는 데 국민의 노후자금을 동원했다는 비판과 '최순실 사태'처럼 업무상 배임 혐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움직임이 다른 주주 및 사채권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우조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1천454명 주주들이 제기한 36건(소송가액 2천914억원) ▲대한민국을 비롯해 153명 사채권자들이 제기한 22건(소송가액 326억원)이다.
대우조선은 소송사건의 예상손실·이행보증 등 최선의 추정치 5천44억원을 재무상태표상 충당부채로 계상한 상태다. 이는 지난 2018년 전체 순이익(3천200억원)의 1.5배 수준이다. 지난 2017년(3천344억원)과 비교해 무려 50.8% 증가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활용해야 할 자금이 충당금으로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해당 충당부채에는 노동자와의 통상임금 소송 등 다른 우발부채 사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분식회계 관련 소송 확대 가능성이 있다 보니 만일 대우조선이 패소할 경우 합병을 추진하는 현대중공업그룹 재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 수주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여전히 경영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충당부채 설정액이 늘어나는 것은 기업의 잠재적 위험을 뜻한다"며 "현재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며 확정 판결은 향후 대우조선을 합병한 현대중공업그룹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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