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식당에 들어왔지만 직원에게 메뉴판을 요청하는 대신 자리마다 설치된 태블릿PC의 버튼을 누르자 순식간에 주문이 접수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올 때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바퀴 달린 로봇 뿐. 어색해 하는 것도 잠시, 로봇이 말했다. "주문하신 메뉴가 도착했습니다. 메뉴를 받으시면 확인 버튼을 눌러 주세요."
SF 영화에나 나올 법 한 이야기지만, 지난 19일 찾은 BBQ 헬리오시티점에서는 이 같은 상상이 이미 현실화돼 있었다. 이 매장은 음식을 서빙하는 '푸드봇'은 물론 태블릿 오더, 스마트 키오스크 등의 기능을 대거 도입한 '편리미엄' 매장으로 설계된 곳이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니 우측에 설치된 '그랩 앤 고(Grap&Go)' 쇼케이스가 눈에 띄었다. '그랩 앤 고'는 출근 시간 등 간단한 식사가 필요할 때 햄버거, 샌드위치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비치해 두고, 키오스크를 통해 간편하게 주문·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BBQ 관계자는 "그랩앤 고는 미국 뉴욕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헬리오시티점을 시작으로, 설치를 희망하는 가맹점을 중심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테이블에는 태블릿PC가 한 대씩 설치돼 있었다. 이 태블릿은 별다른 오류가 발생하지 않을 시 BBQ헬리오시티점에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가볍게 태블릿을 터치해 후라이드 치킨과 치즈볼, 멘보샤 등 메뉴를 주문했다. 제법 고성능의 태블릿PC인지, 일반적으로 키오스크 등 주문용 기기가 낮은 성능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과 달리 메뉴 스크롤 등 활용에 있어 약간의 딜레이도 없어 인상적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3개의 트레이가 설치돼 있는 '푸드봇'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직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여서인지 한 칸만 채워져 있는 모습이었지만, BBQ 관계자는 푸드봇은 한 번 출발하면 세 곳의 테이블을 동시에 서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는 한 번 완전 충전할 경우 8시간 동안 구동할 수 있으며, 매장에 두 대가 비치돼 한 대가 방전되더라도 끊임 없이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푸드봇은 테이블에 도착한 후 벨소리를 울리며 주문한 메뉴가 도착했다고 안내했고, 트레이에서 음식을 꺼내 줄 것을 요청했다. 음식을 꺼낸 후 신기한 마음에 푸드봇의 앞을 가로막고 이곳 저곳을 살피자 간단한 경고음이 울렸다. 이어 "죄송합니다. 비켜 주시겠어요?" 라는 말을 던졌다. 움찔하는 마음에 급히 앞을 비켜주자 푸드봇은 여유로운 속도로 카운터로 돌아갔다.
푸드봇이 서빙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었는지,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는 동안 흔히 볼 수 있는 매장 내를 바삐 뛰어다니는 직원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생소한 풍경이기는 했지만, 음식을 먹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BBQ 관계자는 "홀 직원은 2명이 배치돼 있으며, 단순 업무 대신 고객 민원 등 어려운 업무 처리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푸드봇의 크기가 생각보다 큰 편이었던 만큼, 매장 내 복도가 좁은 곳에는 쉽게 적응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또 태블릿PC를 통해 주문한 내용이 카운터로 채 전달되지 않아 음식이 늦게 나오는 문제점도 한 번이지만 포착됐다. 특히 이 같은 경우 주문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테이블이나 카운터 어디에도 오류 발생 알람이 뜨지 않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다는 점은 더욱 아쉬운 부분이었다.
BBQ는 푸드봇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헬리오시티점 운영을 통해 빠르게 해결함과 함께, 직영점을 중심으로 푸드봇 보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어느 정도 서비스가 정착된 이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에도 적극 보급해 가맹점 수익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최근 외식업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편리미엄'을 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BBQ 관계자는 "BBQ 헬리오시티점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편리함·고품격을 지향하고, 푸드봇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고객들에게 맛·편리함·즐길 거리를 모두 제공하는 '편리미엄 매장'"이라며 "앞으로도 고객 편의성 극대화 및 가맹점 수익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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