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의 기초 자산이 되는 독일과 영국의 국채금리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킨 주범인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타결 국면으로 접어든 게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규모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366%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두 달 새 0.277%p 상승…'대반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이란 금리·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을 말한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는 독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이다. 독일 국채금리가 행사가격인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4%의 수익을 얻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배수에 비례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의 행사가격은 -0.2%~-0.33% 수준에 포진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나은행은 미국 5년 이자율스와프(CMS)와 영국 7년 이자율스와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DLF를 판매했다. 만기 시 두 기초자산의 종가가 최조 가격보다 50%~60% 높은 수준일 경우 3.5%~4.0%의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7일 기준 DLF 총 판매액은 7천950억원이다. 8월 8일부터 9월 25일 사이에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669억원이었다.
당시 금감원은 9월 25일 기준의 금리수준(독일 국채금리 10년 -0.643%, 영국 CMS 7년물 금리 0.649%, 미국 CMS 5년물 금리 1.540%)이 유지된다면 손실 예상금액은 3천513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주요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원금손실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
특히 독일 금리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20일 기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366%으로 금감원이 손실액을 추산한 기준 금리 -0.643%보다 0.277%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 8월 원금 전액 손실 구간인 -0.718%까지 떨어졌을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을 써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올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 잔액 규모는 648억원 정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의 행사가격이 주로 -0.3% 부근에 포진해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DLF 원금 손실 규모는 상당 부문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영국 금리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국 CMS 금리와 연동된 영국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9월 25일 기준 0.534%에서 이날 0.712%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10년물 금리도 1.748%로 9월 25일 1.737%보다 소폭 올랐다.
◆미·중 협상, 영·EU 브렉시트 합의가 상승 이끌어…안심은 금물
금리를 끌어올린 배경으로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꼽힌다. 미국·중국은 지난 11일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미국은 중국 물품에 대한 관세 상향을 보류하는 대신, 중국은 매년 500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고, 금융 시장을 개방하는 식이다.
G2로 꼽히는 두 나라가 무역분쟁을 벌이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던 만큼, 이번 타결로 불확실성이 다소 걷혔다는 진단이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해소도 거들었다. 지난 17일 영국과 유럽연합은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협상 막바지 그간 논쟁거리였던 '백스탑'에 대해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는 영국 관세에 따르고 경우에 따라 4년마다 EU 관세에 적용받는다는 합의안에 양측이 동의하면서, 노딜 브렉시트로 번질 개연성은 적어진 상황이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협상이 좋게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해소되면서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최근 금리가 오르고 있다"라며 "최근 영국 의회에서 영-EU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이 불발되긴 했지만, 어쨌든 영국과 EU가 합의에 도달했고 그걸 의회서 비준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노딜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도 미·중 무역협상 타결과 브렉시트 불확실성 해소의 영향으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다"라며 "거기에 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독일 정부가 돈을 풀 것이라는 재정정책의 기대감이 생겨난 것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가 계속해서 오를 수 있는 '모멘텀'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다. 지난 15일 미국 하원이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홍콩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불확실성을 키울 외생변수가 아직 남은 상황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이 무역분쟁에 대해 1단계 합의를 했다고는 하나 실제로 11월에 합의문에 서명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아직까진 금리 상승을 이끌 모멘텀으로 판단하진 않는다"라며 "경제 외적인 이슈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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