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효원 기자] 코스닥 상장사 세미콘라이트가 최근 지분 투자한 '바이오트리'의 개발 신약이 과거 상장폐지된 '보타바이오(현 위너지스)'의 주가 부양 재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세미콘라이트는 지난 14일 '바이오트리'라는 회사의 지분 16%를 25억원에 인수했다. 바이오트리는 당뇨합병증 보조치료제 'PH-100' 라이선스를 보유한 회사로 알려졌다. 이 신약가치를 156억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PH-100은 앞서 코스닥 상장사였던 보타바이오에서 라이선스를 획득해 임상에 나선다고 홍보했던 신약이다. 2015년 2월 보타바이오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PH-100의 임상2상 협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이후 임상2상 승인, 임상 첫 환자 등록 등 호재성 소식이 이어졌고 주가도 급등했다. 2014년 11월 주당 2천원 안팎이던 보타바이오의 주가는 2015년 4월 1만5천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보타바이오를 이끌었던 배우 견미리씨 남편 이모씨(52)가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며 구속됐고 회사도 지난해 9월 상장폐지됐다. 검찰은 이씨가 2014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주가를 조작해 24억원 규모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PH-100의 호재를 퍼뜨린 시기와 일치한다.
PH-100 라이선스는 보타바이오가 상장폐지되면서 지난해 보타바이오의 투자자였던 S사로 매각됐다. 매각 대금은 18억원으로, 이 중 대부분이 임상 때문에 발생한 부채였다. S사는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PH-100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트리는 이 PH-100의 권리를 지난해 말 이후 인수했다. 바이오트리는 지난해 10월 자본금 5천만원으로 설립됐으며, 이후 자본금을 늘려 지난 14일 기준 자본금 12억4천만원이 됐다.
PH-100은 보타바이오가 매각했던 가격 안팎으로 거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상1상을 완료한 상태의 PH-100 라이선스를 샀기 때문이다. PH-100의 임상2a상은 지난 12일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트리는 18억원에 산 라이선스를 약 9개월 만에 156억원의 가치로 올린 셈이다.
◆PH-100 임상 자금은 어떻게?
세미콘라이트가 인수한 바이오트리는 이제 PH-100의 임상2b상를 진행해야 한다. 임상2a가 약효 확인과 유효용량을 체크하는 단계라면 임상2b에서 약효를 입증하고 약물 용량과 용법을 결정한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2상 전체에 드는 비용은 평균 200억원 안팎이다. 대상인원도 100~5천명까지 필요하다. 임상2a에서 수십명 규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 및 용량 실험을 했다면 임상2b에서 수백~수천명을 대상으로 약효 입증을 한다. 인건비가 임상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약 200억원가량의 비용이 임상2b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미콘라이트는 몇 년째 적자를 이어온 회사다. 올 상반기에도 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자산의 70%를 넘는 38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때문에 이자비용과 파생손실이 46억원 기록했기 때문이다.
세미콘라이트의 최대주주인 퓨전데이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분기 말 기준 13억원의 손실을 냈고 현금성자산도 55억원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는 반기보고서를 법정 기한인 지난 14일까지 제출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하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세미콘라이트와 퓨전데이타 측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한편 전날 기준 세미콘라이트는 전일 대비 1.43%(13원) 떨어진 896원에 거래를 마쳤다. 퓨전데이타는 전일 대비 3.90%(15원) 내린 37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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