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5G의 최종도달 지점이 소비자라면, 5G의 시작은 끝단에서 장비를 구축하는 현장직원들이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정식 개장하기 하루전인 5월 31일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와 BIFF, 부산 KNN 건물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반대편 건물 옥상에 올랐다.
이 곳에서는 5G 장비 추가 증설 작업이 한창이다. 앞서 AAU 1대를 설치해놓은 상태로. 2번째 AAU 배치를 위한 모노폴은 설치된 상태였다. 한 켠에는 64TR 에릭슨엘지 5G AAU가 박스포장이 풀어친 채로 놓여 있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거멓게 그을린 얼굴이지만 다부진 몸을 하고 있는 노장(?)들이다.
많은 인원이 한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공을 들였으나, 그 중에서도 불철주야 5G 장비를 직접 구축하고 다닌 현장 직원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추운 날씨를 뒤로하고 더운 여름철이 되기까지 곳곳에 5G가 터질 수 있도록 노력한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시간이 되자 3명의 협력사 직원이 능수능란하게 AAU 장비 설치에 돌입한다.
"현장 환경이나 장비가 무거울 때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3명이 1조를 이룬다. 최근에는 좀 더 가벼운 32TR 장비가 보급돼 보통 2인 1조로 현장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SK텔레콤 현장 감독의 말이다. 64TR 장비의 무게는 대략 45Kg 수준이다. 장비를 안전하게 올리기 위해서는 2인이 함께 들어 올려야 한다. 이보다 가벼운 32TR 장비는 대략 25Kg 정도이기 때문에 그 때는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장비 설치는 AAU를 들어올려 위치를 정하고 고정할 수 있도록 나사를 조인 다음, 케이블을 연결하면 끝나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이다.
하지만 설명과는 달리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이 연출된다. 옥상 난관에 펄쩍 뛰어 오른 현장직원은 곧바로 안전로프를 모노폴에 지지했다. 사실 바깥쪽은 내려다보기에도 아찔한 나락이다.
난관에 오르내리거나 작업의 위치가 바뀔 때마다 직원의 조끼에 달린 몇개의 안전로프가 바쁘게 풀렸다 결합됐다를 반복한다. 양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 일하는 모습은 복잡해보이기까지 한다.
장비 고정에 참여해보겠다며 호기롭게 토크렌지를 손에 들었다. 토크렌지라는 도구는 몽키스페너와 비슷해보이지만 일정한 힘을 유지하면서 나사를 조일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전용도구다.
현장직원과 마찬가지로 멋지게 난관 위에 올라봐야지라는 생각만 할뿐 발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옥상 바닥에 달라붙은 껌마냥 두 발을 떼지도 못하고 나사만 연신 조였다. '딸칵' 소리가 날 때까지 조이면 되는데 지지선들이나 주변 고정핀 들이 있어서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상황에서도 한손에는 도구를 한손은 안전로프를 들고 바쁘게 움직였다 생각하니 베터랑은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이 번뜩 든다.
◆ 5G 커버리지 확보가 어려운 부산
현재 올라와 있는 건물 옥상 작업은 부산에서도 가장 쉬운 편에 속한다. 장비 운반도 엘리베이터로 가능하니 힘이 크게 들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은 지역명에서도 드러나지만 산악지형이 많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곳도 있어 설치도, 최적화도 어렵다.
이를 테면 현재 옥상과 달리 꼭대기에 폴대를 놓고 그 위에 어지럽게 배치된 AAU 장비를 목격할 수 있는데, 이 작업은 옆에 사다리를 놓고 작업을 진행한다. 장비도 무겁기 때문에 폴대 위에 간이 도르레를 설치해서 원하는 위치에 올린다.
전주나 철탑을 올라야 할 때도 있다. 사람이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은 철골로 돼 있는 곳을 올라야 한다. 필요하다면 크레인이 동원된다.
비나 눈, 강풍이 부는 악천후나 해가 지는 늦은 오후에는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게 원칙이다. 협력사 직원은 "장비 설치가 가능한 날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구축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태풍∙장마로 인한 집중 호우와 고온으로 인한 장비 고장 위험도 높다. 이에 SK텔레콤은 부산 지역 장비가 풍속 60m/s를 견딜 수 있도록 장비 1식당 20개 이상의 지지 블록을 설치해 안전하게 장비를 구축하고 있다. 전국의 장비 1식 설치 기준은 블록 16개다. 또 장비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차양막 등을 설치해 혹서기에도 대비하고 있다.
◆ 5G 장비 구축은 지국과 현장의 '소통'이 핵심
5G 장비 설치는 LTE 때와 구조나 절차가 다를뿐,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대신 이전보다 지국과 현장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력사 직원은 "현재 올라온 옥상을 기준으로 5G는 LTE 때와는 달리 주파수 특성상 방위각에 영향을 받아 제한된 임대지역에서 5G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각도를 지국에서 정해줘야 하고, 우리는 이에 맞춰서 최대한 정확도를 높여 고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라며, "지국에서 앞서 준비해야 하는 제반사항이 많아졌기 때문에 작업 강도는 좀 더 수월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경남 지역의 SK텔레콤 협력사는 7곳으로 각각 50~60명 정도가 현장서 일하고 있다. 대략 300명이 이 지역을 커버하는 셈이다. 이 중에서도 장비설치나 전압기, 중계기 설치 등 각 전문분야마다 따로 인력이 구분돼 있다.
예를 들어 작업을 진행한 옥상을 현장에서는 '1개 사이트'라고 부르고, 5G의 경우 1개 사이트에 2~3개 정도의 장비(AAU 등)를 설치하게 된다. 설치를 위해 지지대를 우선 배치하는 등의 작업도 병행되기 때문에 하루에 1팀이 할 수 있는 작업량을 보통 1사이트 정도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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