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WHO 게임 질병코드 이슈는 게임 대 비게임의 논리로는 막을 수 없다. 게임은 문화, 예술, 4차산업혁명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창작의 산물이다. 이에 보다 많은 문화·예술계 등과 손잡고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로 질병코드 관련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
위정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 위원회(공대위)' 대표는 3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니콜라오홀에서 '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WHO는 오는 20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WHA)에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 확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ICD-11이 확정되면 이는 2022년 1월 1일부터 각 보건당국에 권고되며 최소 5년간의 과도기를 거치게 된다.
이에 최근 이를 반대하기 위한 공대위가 발족했다. 이번 공대위는 과거 게임 관련 대책위들과 다르게 게임을 넘어 문화 및 콘텐츠 관련 광범위한 협단체들이 참여했다. 공대위는 최근 WHO에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 의사도 표명했다.
위정현 대표는 "현재 이날을 기준으로 협단체와 학회, 대학 등 6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며 "문화, 예술계 역시 게임 질병코드 관련 이슈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질병코드 관련 이슈는 게임 대 비게임의 논리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 보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이 실제로 유익한지 해로운지 여부를 떠나서 학부모들이 정서상 아이가 게임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정서적인 부분을 감안해 대응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게임업계에서 그동안 산업적 논리와 청소년 보호 논리가 충돌했을 때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며 "이 때문에 이번 질병코드 이슈 역시 게임 대 비 게임의 프레임으로 가면 반드시 지게 된다. 따라서 질병코드 이슈는 문화 예술계와 함께 공대위를 출범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질병코드 도입 이슈와 관련해 기존 국내에 2025년까지 이를 도입하지 않겠다던 통계청의 입장 변화가 감지돼 우려된다"며 "이번 질병코드 이슈는 대한민국의 향후 미래를 여닫을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대한민국 미래를 담보할 창작의 산물인 게임을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입각해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문화연대의 이종임 집행위원도 "게임 소재 드라마가 나오고,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 시범 종목이 되면서 이와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 이슈는 콘텐츠 소비자이자 대중과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진행되는 담론"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에 공감하며 향후 주도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실제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연구 결과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과 과몰입 정도는 매년 변하고, 게임을 통해 뇌가 변한다는 것도 과학적·통계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게임 과몰입의 원인은 게임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임상적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그러나 게임 과몰입을 유발하는 요인이 부모의 양육 태도나 학업 스트레스, 사회 심리적 환경 등에서 기인했다고 말하게 되면 학부모 단체나 시민단체의 비판이 나온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보건업계에서 이야기하는 의학적 근거는 과학적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질병코드화 논의 자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수조원대 산업 위축 등 많은 우려가 있는 만큼 문체부가 주도적으로 이에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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