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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붐]①[르포]올해 2조원 풀리는 지역화폐, 시장에서 써보니


모바일형 화폐 도입으로 편의성 높였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안양사랑상품권' '성남사랑상품권' '고양페이' 등 지자체들이 지역화폐를 내놓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들어 더 발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화폐들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시에선 문 앞에 가맹점 스티커를 붙여놓고 손님이 상품권 들고 오면 받으면 된다고 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어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외부 스티커는 뗐습니다."

지자체들이 올해에만 2조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것으로 계획 중인 가운데, 지난달 23일과 25일 지역화폐를 발행 중인 안양시와 성남시를 방문해 실제 지역화폐를 사용해보고 현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지역화폐란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한정된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말한다.

지역화폐 결제를 도입한 상인들은 아직 소비자의 이용이 적고 가맹점이 드물다는 이유로 큰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활성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소재 관양시장의 메인거리(좌)와 해당 거리의 지역화폐 가맹점을 보여주는 '안양사랑상품권' 앱 화면(우). 점포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지만, 지역화폐 가맹점은 많지 않았다. [서상혁 기자]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소재 관양시장의 메인거리(좌)와 해당 거리의 지역화폐 가맹점을 보여주는 '안양사랑상품권' 앱 화면(우). 점포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지만, 지역화폐 가맹점은 많지 않았다. [서상혁 기자]

지난 4월23일 범계역. 안양시 지역화폐 '안양사랑상품권'을 구입하기 위해 NH농협은행 안양시지부를 찾았다.

안양사랑상품권을 구입하기 위해 먼저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작성했다. 사용가격보다 할인돼 판매되는 만큼 소위 '깡' 등의 목적으로 사재기 위험성이 있어 동의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5천원짜리 상품권은 6% 할인된 4천700원에 살 수 있었다.

안양시는 종이로 된 상품권 타입의 지류형과 카드형 두 가지를 발행하지만, 카드형의 경우 청년배당 등 정책수당 지급용으로만 발행해 일반시민은 지류형만 사용이 가능하다.

오전 11시 40분 안양시 관양시장을 방문하니 가맹점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은 점포가 제각각 흩어져 있어 어디서 사용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행히 모바일 앱 '안양사랑상품권'을 통해 가맹점을 찾을 수 있었다. 소상공인 밀집 지역이라는 말에 걸맞을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평균 세 곳 걸러 한 곳 수준이었다.

시장 초입에 위치한 식당으로 들어가니 벽 한쪽에 안양사랑상품권 가맹점 인증서가 붙어있었다. 5천원짜리 백반을 주문하고, 상품권으로 결제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식당 주인 김 모 씨가 전하는 상품권의 효과는 시원치 않다.

김 씨는 "가맹한 지 약 1년이 좀 넘었는데 수익이 늘었다는 걸 느끼지 못한다"며 "하루에 10명 중 4명은 상품권으로 결제해야 효과를 체감하겠는데, 일주일에 3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모바일 결제엔 1분도 안 걸려 편리

지난 4월25일엔 성남시 소재 서현역을 찾았다. 성남시는 지류형, 카드형(정책수당용)에 더해 모바일형 지역화폐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성남사랑상품권은 조폐공사에서 제작한 '지역상품권CHAK'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었다. 간단한 본인인 증과 지문을 등록하니 가입이 완료됐다. 가상 계좌를 통해 1만원어치를 샀다.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인근 빵집 계산대에 비치 된 QR코드. 앱을 실행하고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  [서상혁 기자]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인근 빵집 계산대에 비치 된 QR코드. 앱을 실행하고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 [서상혁 기자]

점주 이수향씨는 모바일 지역화폐에 대해 손님이나 점주 입장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평가했다.

이 씨는 "계좌로 직접 입금이 되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이 없다 "며 "지류 상품권을 사용하는 손님 중 일부는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 억지로 금액의 80%를 채우는 경우가 있어 난감했는데, 모바일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다"고 전했다.

역시 아직까진 지역화폐로 인한 매출 효과를 크게 느끼진 못한다고 했다. 이 씨는 "지역화폐 수익은 한 달에 약 7~8만원 수준"이라며 "가게 수익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건 잘 느끼지 못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현장에서 지역화폐를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를 만나기는 힘들었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지역화폐 사용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소비자는 "지역화폐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모르겠다"며 "앱을 깔아서 찾아보려고 했는데 지역마다 클릭해야 해 서 불편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비자는 "지역화폐 상품권을 할인 판매한다고 해서 샀는데 가맹점이라고 붙여놓은 데서도 받기 싫어한다"며 "물건을 사면서도 기분이 나빴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책 지원이나 할인 등의 혜택으로 소비자 유인효과는 있지만, 사용하기 불편해 크게 확대되지 못하고, 상인들도 도입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자체들은 가맹점을 늘리는 한편 상품권 '깡' 등의 부작용을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지류형에 비해 사용이 편리한 모바일형 지역화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현재 모바일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는 경기도에서 성남, 김포, 시흥 등 세 곳이지만 올 하반기엔 경기도 전역에 모바일 지역화폐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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