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올해 소프트웨어(SW)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클라우드'였다.
수년간 최신 정보기술(IT)를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던 클라우드는 이제 거대 IT 기업의 운명을 뒤바꿔놓고 있으며, 서비스 중단이 '디지털 정전'으로 표현될 정도로 수도·전기 같은 유틸리티 서비스가 됐다. 더 이상 '뉴 노멀(New normal)'이 아닌' 노멀'이 된 것이다.
올해 SW업계에서는 클라우드가 예상치 못한 광경을 연출했다. 지난 10월 IBM이 무려 340억 달러를 들여 오픈소스 SW 기업 레드햇을 인수한다고 밝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 IT 기업이 단행한 인수합병(M&A) 가운데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빅딜의 배경에는 클라우드가 있다. 클라우드 시장의 다음 단계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이며 레드햇과 힘을 합치면 시장 선두가 될 수 있다는 게 IBM 계산이다. 이번 M&A는 설립된 지 100년을 훌쩍 넘긴 IBM이 클라우드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반면 모바일 시대에 뒤쳐졌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왕의 귀환'이라 부를 정도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에는 애플을 제치고 16년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현재도 애플, 아마존과 시총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다.
MS를 고성장 회사로 탈바꿈시킨 건 클라우드다. 2014년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며 윈도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과감하게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그 결과 지금은 클라우드 2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으며, 3년 동안 주가는 2배 넘게 올랐다. 시총 1위를 노리는 아마존의 핵심 사업 역시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이제 대기업까지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인 대한항공은 지난 11월 대형 항공사 최초로 전사 IT시스템에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하기로 해 주목받았다. 대한항공이 3년에 걸쳐 웹사이트는 물론 회사자원관리(ERP) 등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이전하게 되면서 20년간 데이터센터 운영을 맡아온 IBM과의 관계는 끝이 났다.
이같은 클라우드 시대 흐름에 맞춰 올해 국내 공공·금융 부문에서는 클라우드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행정안전부는 민간 클라우드 이용 대상을 기존 공공기관에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했다. 정보시스템 등급을 나눠 낮은 등급의 시스템만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도록 규정했던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은 전면 폐지키로 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 7월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내년부터는 개인신용정보까지 클라우드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클라우드 이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 클라우드 기업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네이버(NBP), KT 정도가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격차가 있는 상태다. 삼성SDS·LG CNS·SK C&C 등 IT서비스 기업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파트너가 된 처지다.
지난달 22일 AWS '서울 리전(복수개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장애에 따른 서비스 중단은 '옥에 티'였다. 84분간의 서비스 중단으로 AWS 클라우드를 이용해온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업비트, 넥슨 등 국내 서비스들이 줄줄이 멈췄다. 이번 사태는 얼마나 많은 서비스들이 이미 AWS 클라우드를 이용하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다.
AWS는 추후 사고 원인에 대해서 "일부 도메인네임서버(DNS) 서버 설정 오류로 EC2 인스턴스(가상서버)가 84분 동안 DNS 기능을 할 수 없었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놔 비판을 샀고, 사고 발생 20일이 지나서야 11월 서비스(EC2) 요금의 10%를 감면해주는 보상안을 내놨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장애에 대비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리전을 한꺼번에 운영하는 '멀티 리전' 방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등 클라우드를 잘 이용하기 위한 고민은 더 커지게 됐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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