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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관광 메카 명동 가보니, 중국인도 "알리페이 안 써요"…제로페이는 될까


소상공인 "작은 매장선 알리페이 안 써…수수료 0원 좋지만 세액공제 걱정"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제로페이'가 연내 상용화를 앞뒀다. 제로페이의 모델은 '거지도 QR코드로 구걸을 받는다'는 중국의 알리페이다.

제로페이가 알리페이처럼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한국 내 알리페이 천하로 불리는 명동에서도 간편결제를 향한 상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알리페이' 받는 상점은 90%, 사용률은 뜨뜻미지근…골목상권선 "팻말 뗄까 고민"

서울 중구 명동에 발걸음을 떼면 중국이나 일본의 한 거리에 들어선 착각이 들 만큼 외국인 관광객이 바글거린다. 듣는 말의 대부분이 중국어나 일어고, 상점 앞 유리문 곳곳에는 중국의 국제 카드사인 '유니온페이'의 빨간 로고와 간편결제 '알리페이'의 하늘색 로고가 붙어있다.

하지만 '알리페이 천하'로 인정 받는 명동 내에서도 온도차는 심했다.

지난 8일과 13일 이틀 간 명동역 인근을 찾았다. 명동역 4번출구 앞 메인 거리에는 알리페이를 도입한 상점이 대다수였지만,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 속 상점에서는 알리페이 표시가 없는 곳이 두 집 걸러 한 집이었다.

골목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30대 상인 A씨는 "딱히 알리페이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명동 메인 거리 바로 옆에서 분식집을 꾸린 40대 상인 김씨도 "1천500원짜리 어묵을 먹으면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현금을 낸다"며 "중국인이라도 알리페이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도 이용률이 없고 정산하기는 귀찮아 바코드는 떼버렸고, 바깥 문에 붙인 스티커도 폐기할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메인 거리에서도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알리페이 표시가 붙어있는 10곳의 브랜드 프렌차이즈, 직영점 매장을 방문하자 1곳은 "열에 아홉은 알리페이로 결제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5곳은 "절반은 알리페이를 사용한다"는 답을, 나머지 상인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답을 내놨다. 명동 거리에서 만난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 세 팀 중 한 팀만 한국에서 '위챗페이'를 써봤다고 전했다.

중국인 유학생이자 외국인 대상 식료품점의 아르바이트생인 장씨는 "중국에서는 거의 대부분 알리페이를 사용했는데 한국에서는 딱히 쓰지 않는다"며 "외국인 밀집 상권에만 알리페이를 꺼낼 수 있어 한국에 방문하는 관광객이나 유학생이나 한국형 결제수단을 준비한다"고 답했다. 대형 화장품숍 중국인 직원 마씨도 "한국은 카드결제처럼 선택할만한 결제 방법이 많아서 굳이 알리페이를 고집하면 더 불편하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알리페이 고객센터인 명동역 인근 알리페이라운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달 8일 방문한 알리페이라운지는 '내부수리중'이라는 팻말을 건 채 굳게 잠겨있었다. 7월 초 문을 연 지 한달 만이다.

알리페이 코리아 관계자는 "성수기를 대비해 급하게 문을 열다 보니 몇 가지 기능을 도입하지 못했고, 에어컨 설비 문제도 발생해 잠시 문을 닫았다"고 답했다.

13일 오후 재차 알리페이라운지를 찾았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방문객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내근 관계자에게 하루 방문객 수를 묻자 "하루 70~80명 정도인데 오늘은 특히 방문객이 들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평일과 주말이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당초 하루 방문객 500명까지를 예견했던 장밋빛 전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마저도 단체 관광객이 머릿수를 채웠다. 그는 "방문객 유형은 단체 관광객이 가이드를 따라 오는 경우가 잦고, 대부분 여행 안내나 환전을 위해 찾는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60%, 일본인이 30%, 그외 외국인이 10% 정도로 한국인은 이따금 환전 용도로 찾는 사람 외에는 드물다.

◆서울페이 '매력' 합격점 받을까…소상공인 "수수료 0원 좋지만 세액공제 걱정"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페이'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제로페이의 출발점은 서울페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65만 소상공인의 가맹점 등록정보 데이터를 민간업체와 은행 등 간편결제 참여기관에 제공해 직송금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달 21일 SNS 계정을 통해 서울페이의 출범을 알리는 한편 내주 서울페이를 대체할 이름을 공모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을 예고해 왔다. 서울페이 등 지역 간편페이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카드수수료 자체 조정에 앞서 수수료 0%의 간편페이를 보급해 결제수수료 인하를 꾀한다는 목표다.

지역 간편페이는 소비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대금이 빠져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신용카드사와 밴(VAN)사를 건너뛰니 자연스럽게 카드수수료 0원이 실현된다.

양일간 명동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서울페이의 성공을 자신하지 못했다.

서울페이 등 제로페이가 알리페이처럼 지역 곳곳에 퍼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알리페이처럼 생활에 깊게 스며들지 못한다면 서울페이가 '명동 속 알리페이'와 다를 바 없어진다는 우려다.

국민 열 명중 아홉 명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결제 총액의 70%가 카드인 우리나라의 '카드 사랑'이 발목을 잡는다. 카드사의 결제 혜택도 무시하기 어렵다. 알리페이가 급속도로 퍼진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신용평가도 같은 지적을 내놨다. 한신평은 13일 "제로페이의 확산은 고객 사용 여부에 달렸는데, 혜택이 체크카드 수준에 그친다면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제로페이의 성공은 가맹점의 선호 여부가 아닌 고객의 사용 여부에 좌우된다"고 평했다.

영세상인들은 간편페이 결제로 얻는 세액공제액과 카드결제를 통한 매출액, 세액공제액을 저울질하고 있다. 서울시가 간편페이 결제에 대해서도 신용카드와 똑같은 세액공제를 제공한다고 나섰지만 이해타산이 맞으려면 간편페이를 카드만큼 써줘야 한다.

부가가치세법 46조에 따르면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는 카드나 현금영수증 매출에 대해 음식·숙박업은 매출의 2.6%, 나머지 업종은 1.3%를 환급해 준다.

세법에 능통한 관계자는 "영세 가맹점의 경우 내는 카드수수료보다 돌려 받는 공제액이 더 많은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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