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 1세대(1G)부터 5세대통신(5G) 도입기까지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연재 중입니다 -
2011년 4세대통신(4G) 롱텀에볼루션(LTE)을 상용화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이어 2012년 1월 KT가 이에 합류하면서, 이통3사의 LTE 속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통3사는 2012년 LTE멀티캐리어의 도입으로 두 개의 주파수를 넘나들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한 이후 LTE에서 음성과 데이터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올아이피(All-IP) 기반의 보이스오버LTE(VoLTE)를 상용화하기에 이르렀다.
2013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011년 확보한 주파수 여유분을 통해 두 개의 주파수를 엮어 LTE 다운로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LTE-A 기술인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을 도입했다. SK텔레콤은 같은해 6월 26일, LG유플러스는 7월 18일 각각 서비스를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KT는 협대역으로 받은 800MHz와 간섭이 심했던 900MHz 주파수를 여유분으로 확보하고 있었기에 CA 도입이 어려웠다.
이 상황에서 2차 주파수 경매가 열렸다. 이통3사는 같은해 8월 30일 각각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LG유플러스는 2.6GHz 주파수 40MHz 대역폭을, SK텔레콤은 1.8GHz 주파수 35MHz 대역폭을 가져갔다. KT는 LTE 주력 주파수로 활용했던 1.8GHz 주파수의 인접대역으로 15MHz폭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통3사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LTE 속도 우위를 표현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에 집중했다. 타사 대비 기술적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좀 더 직관적인 '마케팅 용어'가 절실했다. 그러다보니 실제 기술 용어와 표준, 마케팅 용어가 혼용되면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됐다. 모두 과열 경쟁이 낳은 논란이라고 볼 수 있다.
4G를 LTE와 혼용해 쓰기는 했으나 LTE 이외의 표준규격들이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4G=LTE' 공식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4G 기술발전을 이끈 기술 규격은 'LTE'이기도 하다.
LTE-어드밴스드(LTE-A)는 글로벌이동통신표준화단체인 3GPP가 LTE 다음 진화세대를 표준화하기 위해 릴리즈10에서부터 정한 기술표준규격이다. 즉, LTE의 기술진화 자체를 LTE-A로 볼 수 있다.
LTE-A 안에는 다양한 진화 기술들이 포함돼 있다.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하는 'MPTCP'나 비면허대역LTE인 'LTE-U', 변복조 기술은 다운링크256쾀(QAM)이나 업링크 64쾀, 멀티안테나 기술인 멀티MIMO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파편화된 주파수를 엮어 마치 하나의 주파수처럼 활용하는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 기술이 부각됐다.
CA 역시 여러 기술들이 결합된 형태다. 여러개의 기지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지국간 협력통신 콤프(CoMP)나 확장된 셀간 간섭 제어기술(EICIC) 등이 결합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기술들을 모두 나열하면서 속도 우위를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주파수분할(FDD) 방식인 LTE는 다운로드와 업로드 통로를 각각 나눠 서비스한다. 가령 20MHz 대역폭이 있다면 각각 10MHz으로 나눠 다운로드와 업로드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1차선 도로를 떠올릴 수 있다. 10MHz 대역폭 도로에서 낼 수 있는 이론상 다운로드 최대 속도는 75Mbps. 만약 도로폭이 더 넓어진다면 그만큼 속도는 배가 된다.
'도로폭'이 늘어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접대역을 확보해 늘리는 방법이다. KT는 LTE 주력망인 1.8GHz 주파수의 인접대역을 확보해 20MHz 대역폭에서 LTE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속도는 이론상 2배이기에 150Mbps가 가능했다. 기존대비 더 넓은 대역폭에서의 서비스라 해 이를 '광대역 LTE'라 불렀다.
다른 방법은 LTE-A의 핵심인 CA를 통해 파편화된 두 개의 주파수를 엮어 마치 하나의 주파수처럼 활용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10MHz 대역폭의 LTE망 두 개를 엮어 이론상 다운로드150Mbps 속도를 구현했다. 이통사들은 이러한 방식을 표준용어 그대로 'LTE-A'라 불렀다.
논란은 KT로부터 촉발됐다.
LTE 초기 도입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던 KT는 LTE 인접대역 확보를 통해 '국내 최초 광대역 LTE-A 서비스 개시'를 발표했다. '광대역 LTE-A'는 기술 표준으로 정립되지 않은 용어로 KT가 내놓은 마케팅 용어라 볼 수 있다. 이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있지도 않은 '광대역 LTE-A'라는 단어로 KT가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경쟁사에서는 잘못된 용어라 할지라도 우선 홍보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이러한 인식이 먼저 뿌리내려질 수 있기 때문에 KT가 소비자를 오도해서라도 승기를 가져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KT도 이러한 주장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광대역 LTE와 LTE-A를 따로 설명하려면 소비자들이 더 혼동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 마케팅 용어이며, 두 단어를 붙이지 않고 따로 띄어쓰기를 한 것 역시 이러한 두 개의 별개 기술을 도입해 운영하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면 '광대역 LTE-A'는 혼란스러울수밖에 없는 용어이기는 하다. 있는 그대로 해석한다면 '광대역 LTE 주파수를 엮어 최대 속도를 높인다'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즉, 광대역 LTE 주파수 2개를 엮는다면 이론상 최대 300Mbps 속도를, 광대역 LTE 주파수와 일반 LTE 주파수를 엮어도 최대 225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셈인데, 당시 KT는 광대역 LTE 서비스만이 가능했기에 150Mbps 속도가 고작이었다.
기술 상황과 관련없이 마케팅 용어가 우선적으로 쓰이는 사례는 이후에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편으로는 효율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복잡한 기술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기에, 불신이 쌓이기도 했다.
[연재] 한눈에 살펴보는 이동통신 연대기
1부. 카폰·삐삐, '모바일'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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