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주요 후보자들이 포용적 기조를 앞세워 각종 서민 금융 정책을 내놨지만 지난 선거와 다를 바 없이 구태의연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인다.
선거철마다 끌려 나왔던 '동네북' 카드수수료가 또 한번 멱살을 잡혔다. 시도지사를 중심으로 공약한 간편페이는 정착 시기와 실효성을 두고 입씨름이 오간다. 이미 여러 차례 실패한 정책성보험을 개선 없이 또다시 들고나온 정당도 눈에 띈다.
◆'또 나온' 카드수수료…"제로 안 된다면 지역페이로" 실효성 글쎄
1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주요 정당과 시도지사 후보들이 포용적 금융을 중심으로 서민 친화적인 금융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철 단골 소재인 카드수수료 인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정의당의 10대 주요 공약에 포함됐다.
더민주는 영세소상공인에 대한 카드수수료 부담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가 지난달 영세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제로화를 언급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 수수료를 0.8%에서 0.5%로, 3억원 이상 5억원 이하의 중소 가맹점은 현행 1.3%에서 1.0%로 낮출 계획이다. 정의당은 카드수수료 1% 상한제를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여당의 시도지사 후보들은 지역 간편페이 활성화로 실질적인 카드수수료 인하를 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더민주가 '카드수수료 0원'을 언급하자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고도 지역의 카드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간편페이 방식을 내놓은 셈이다.
지역 간편페이는 소비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대금이 빠져나가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사와 밴(VAN)사를 건너뛰니 자연스럽게 카드수수료 0원이 실현된다. 미국의 페이팔이나 중국의 알리페이와 비슷한 구조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페이,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경남페이,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는 인천페이, 김영록 전남도지사 후보는 고향사랑 전남페이, 문대림 제주도지사 후보는 제주페이를 약속하는 등 여당 시도지사 후보들은 일제히 간편페이를 간판으로 내걸었다.
간편결제 시장은 전업계 카드사들도 주목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지만, 주력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이다. 새로운 결제 방식에 소상공인들이 적응할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간편결제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에게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요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는 매 선거철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사기업인 카드사가 수수료 0원을 받는다는 게 이론상 말이 되느냐"며 "솔직하게 영세소상공인들의 월 단위 부담요소를 따져봤으면 한다. 소상공인 가계에 큰 부담을 주는 건 지난 10년간 매해 내려간 카드수수료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임대료"라고 답했다.
◆"최고금리 낮추기, 속도조절 해야"…효과 없는 '거푸집' 정책성보험
법정 최고금리를 2020년까지 20%로 낮추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더민주는 소비자 우선의 포용적 금융 실현을 주장하며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단계적으로 20%까지 낮추겠다고 공표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지난 2월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조정되면서 신용 취약계층이 대출 문턱을 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하는 저신용자가 늘면서 한계차주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차례 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서민 금융이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쏟아졌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의 최고이자율 인하' 분석 보고서를 통해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자가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이렇게 되면 저신용자들의 대출 기회가 크게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금융연구원이 발간한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시장 저신용자 배제 규모의 추정 및 시사점'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가 20%일 경우 대부업을 이용하는 저신용자 86만명 중 최소 65만명(76%)이 돈을 빌릴 수 없다.
정책성보험도 단골 선심성 공약이다. 정책성보험은 정부가 정책 목적 아래 보험사에게 개발과 판매를 요구한 상품으로, 정부와 보험사의 온도차이가 심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바른미래당은 정부나 지자체가 보험료를 일정수준까지 지원하는 전통시장 화재 정책성보험을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전통시장 점포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26.6%로 낮지만, 정책성보험이 추진된다고 해서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통시장이 화재 취약건물로 분류돼 납입 보험료 자체가 높고 환급금도 적어서다.
다른 영세사업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짙다. 전통시장에만 정책성보험으로 정부 자금을 출자하면 타 상공인과 공평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전통시장 정책성보험 가입률을 50%로 목표했을 때 정부가 내야 하는 금액은 보험연구원 추정 연간 125억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 화재보험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단순히 지자체가 보험료 일부를 보전하거나 정책성보험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가입률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험업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손해율을 측정하고 판매만 따로 하는 리스크 풀링(Risk Pooling) 전략을 써야 승산이 있을 텐데, 수익성도 낮고 위험도는 높은 전통시장 화재보험에 이 같은 투자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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