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역사적인 2018 남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온 국민의 기대는 한껏 높아졌고, 전 세계의 이목도 한반도에 쏠리고 있다. 지난 해까지만해도 북미간에 즉시 전쟁 상태로 돌입할 것같은 극도의 긴장감이 조성되다, 극적인 화해 분위기로 반전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 세계의 기대감도 서서히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
너무 갑작스런 반전이어서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초 북한에 간 남한의 고위급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난 후 남북정상회담의 소식을 전할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이렇게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하는 의아심이 들기는 했으나, 엄청난 기대감에 부풀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막상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여러 어려움이 놓여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역시나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정전 체제에서 평화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평화 체제로의 전환은 남북미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전망을 묻는 말에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국내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도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며 평화 체제로의 전환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어려움은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 발언에 내재된 의미는 남북이 아무리 합의를 해도 주변국의 협조 없이는 평화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안타까움이다. 약소국이기 때문에 감수해야하는 운명이다.
과거 원나라 조정에서는 고려의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조롱했다. "고려 조정의 방침은 3일을 못간다"(高麗公務三日)며 조변석개를 비웃었다.
그러나 우리는 동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면서 주변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주변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하고 강대국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하는 과제를 숙명적으로 안고 살았다.
고려의 조변석개는 뒤집어 보면 생존을 위한 민첩함이었다. 그랬기에 국가로써의 정체성과 주권을 지키내면서 오늘의 한국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러한 과거는 오늘에도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초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시작된 남북화해 분위기는 정상회담 성사로 한껏 고조되면서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부각됐고, 드디어 한반도의 운명은 한반도가 만들어 나가는가하는 자부심이 일었다.
평화를 넘어 통일에 대한 기대도 조심스럽게 점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남북미 정상회담에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문 대통려의 '운전자론'은 '중개자론'으로 한풀 꺾였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인 비핵화와 평화 협정 체결에 대해 조심스런 태도로 바뀌었다. 우리 힘만으로는 불가능하지 않겠는가하는 회의다.
그러나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꽤 많은 것이 사실이다. 주변국의 개입과 간섭 없이도 남북이 뜻만 같이 한다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합의 영역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한 합의가 평화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밑거름을 제공할 것도 확실하다.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이 합의한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그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2000년 '6.15 공동 선언'은 인도적 문제와 교류협력 활성화 등에 대해 강조했다.
인도적 문제 해결로 8.15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비전향 장기수 송환 등을 합의했고 후에 실행이 뒤따랐다. 교류협력 활성화의 일환으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및 제반 분야 교류협력 활성화로 상호신뢰를 증진하자는 합의도 부분적이나마 진전이 있었다.
또 2007년에 이루어진 '10.4 정상선언'에서도 합의를 이룬 것들을 보면, 우선 남북 경협의 확대·발전 부문에서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등이 있다. 인도적 사업으로 이산가족 상봉 확대, 영상 편지 교환사업 추진, 금강산 면회소 완공 후 이산가족 상시 상봉 실시 등을 합의했다. 이 밖에 남북 경협,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등의 부문에서 많은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합의들이 남북한의 거리를 조금씩이나 좁혔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체제의 보장, 북한의 비핵화, 남북한 평화 체제로의 전환 등 근본적이지만 남북한만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은 다음으로 미루더라도 지금의 평화 분위기를 이어가고 강화하기 위한 많은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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