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지난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국내 정유업체들이 석유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부문 등 비정유 사업 진출에 나섰다.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불규칙적 수익구조 대신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고부가 화학사업 등에 주력해 내실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주요 정유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비석유 부문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업계 맏형격인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중 석유사업 비중(연결기준)이 2015년 57%(1조1천억원)에서 2016년 50%(1조6천억원), 지난해 3분기 41%(9천926억원)로 줄었다.
반면, 2015년 영업이익 중 화학사업 비중은 30%(6천억원)에서 38%(1조2천억원), 지난해 3분기에는 47%(1조1천억원)로 매년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화학과 윤활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석유 부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GS칼텍스의 비정유 부문 비중은 2016년 35.6%에서 38.7%로 상승했고 에쓰오일은 56.7%에서 64%로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도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2016년 3분기 20%에서 지난해 3분기 32%로 크게 증가했다.
◆화학 부문으로 영토확장, 업종명 바꿔야 할 판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후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으로 추출해 판매해 왔다. 하지만 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의 가격 상승과 업황 개선으로 아예 화학물질까지 생산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6조원을 투자해 파라자일렌 설비를 갖추고 중국에 중한석화를 세웠다. 아울러 울산 아로마틱스, 넥슬렌, 스페인 ILBOC 등 고부가 화학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다우케미컬의 고부가 화학사업(EAA)과 폴리염화비닐리덴(PDVC) 사업도 인수했다.
다른 회사에 비해 정유 부문이 상대적으로 높은 GS칼텍스도 비정유 부문 확대에 나섰다. GS칼텍스는 현재 나프타분해시설(NCC)과 폴리에틸렌(PE) 설비 투자를 검토 중이다. NCC는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가공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도 4월 완공을 목표로 울산공장에 '잔사유 고도화(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ODC) 콤플렉스'를 건설 중이다. RUC는 원유에서 가스와 휘발유 등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인 잔사유에서 프로필렌 등을 추출하는 시설이다. ODC에선 프로필렌으로 폴리프로필렌과 프로필렌옥사이드를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으로 현대케미칼을 설립해 지난 2016년 말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더욱이 화학 관련 합작회사 한 곳을 더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은 최근 "현대오일뱅크와 나프타분해시설 합작회사 설립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바이오에너지 등 신성장 사업에 진출
정유사는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에 맞춰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에너지, 탄소 소재 등 신성장 산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등 투자를 통해 2020년 배터리 생산량을 10GWh로 확대하고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바이오부탄올 시범 공장을 3월 안에 가동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 500억여원을 투자한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는 연간 400톤 규모의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바이오부탄올은 포도당과 박테리아로 만드는 액체 연료로 휘발유 대체재로 부각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1년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한국실리콘 지분 33% 인수에 3천억원을 투자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에쓰오일 내에선 신사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지만, 오스만 알 감디 CEO의 부임 이후 신사업팀을 설치하는 등 신사업 모색에 나섰다.
현대오일뱅크는 충남 대산공장 부지에 추진한 카본블랙 생산공장(현대OCI)을 3월 안에 상업생산 체제에 들어간다. 현대오일뱅크와 OCI가 2600억원을 공동투자해 합작한 현대OCI에서 생산한 카본블랙은 주로 타이어 소재로 공급될 예정이다.
한편, 정유사는 이날 진행된 정유업계 CEO 간담회에서 탈석유 시대에 대비해 2020년까지 3조5천억원을 에너지 신산업과 환경설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바이오연료,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를 확대하고 환경규제 강화에 대비하고자 탈황설비 투자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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