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상위권에 오른 이용자에게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게임물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로부터 시정 요청을 받았다. 암호화폐와 관련해 국내 게임물이 당국의 제재를 받은 첫 사례가 나온 것이다.
해당 게임물을 제공하는 업체는 한국에서만 제재를 받았다며 국내를 제외한 해외에서 서비스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이러한 게임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는 지난 11일 국내 업체 미탭스플러스(대표 김승연)가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디그랜드'에 시정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게임이 상시 진행한 비트코인 지급 이벤트가 이용자의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업체는 게임위 시정 요청을 받아들여 현재는 해당 이벤트를 중단한 상태다.
디그랜드는 각종 장비를 활용해 지반에 묻힌 광물을 채굴하는 게임으로 지난해 10월 국내를 포함한 141개국에 출시됐다. 회사 측은 상위권에 진입한 이용자에게 비트코인을 차등 지급하는 스페셜 랭킹전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11월 13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제2회 스페셜 랭킹전'의 경우 10위를 기록한 이용자 열 명에게 0.024285BTC씩 주어졌다.
게임위는 해당 이벤트가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3호'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디그랜드의 스페셜 랭킹전이 환금성이 있는 비트코인을 제공하는 점, 이벤트의 형식을 빌렸을 뿐 상시 진행되는 사실상의 콘텐츠로 사행화가 우려돼 시정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디그랜드 자체는 일반적인 게임물로 사행성 게임이라 보기 어렵지만 비트코인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가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판단해 1차적으로 게임법 위반을 통보한 뒤 시정을 요청했다"며 "환금성이 있는 경품 이벤트의 경우 게임위의 일관된 (제재) 기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게임위는 게임사가 환금성 이벤트를 진행할 경우 사행심 조장을 이유로 제재 조치를 취해 왔는데, 이번 사례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의미다. 게임위 측은 "환금성 있는 암호화폐를 게임 경품으로 지급하면 제재를 받는다는 선례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게임위의 이번 조치로 최근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암호화폐 기반 게임이 국내에서 차단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가상의 고양이를 육성해 사고파는 '크립토키티'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암호화폐 게임들이 속속 개발되는 가운데, 국내서 이러한 흐름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게임위로부터 시정 요청을 받은 김승연 미탭스플러스 대표는 "디그랜드는 현재 141개국에 서비스 중이지만 스페셜 랭킹전에 대한 규제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미탭스플러스는 게임위의 시정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서만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향후 선보일 블록체인 게임 역시 한국을 제외하고 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게임위 측은 "현재 정부에서도 암호화폐의 거래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게임위는 암호화폐의 환금성과 사행심을 조장하는지 여부만 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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