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성지은 기자] 오라클, SAP 등 외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 판도를 바꿀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고객을 확보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국내 기업이 버티고 있는 분야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회사자원관리(ERP) 등 핵심 SW 영역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23일 SW업계에 따르면 티맥스소프트, 더존비즈온 등 국내 SW 기업이 경쟁사인 외국 기업 고객을 빼앗는(윈백)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티맥스·더존' 외산 SW 대체 증가세
국내든 해외든 DBMS 시장은 오라클, ERP 시장은 SAP가 장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티맥스소프트는 올 상반기에만 경쟁 기업으로부터 무려 110여개 고객을 뺏는 데 성공했다. 구체적인 고객사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대다수가 오라클 고객에 해당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더존비즈온도 마찬가지. 이 회사는 최근 3년간 60여 곳에서 SAP 등 외산 ERP를 대체했다. 해마다 약 20개꼴로 고객을 빼앗은 셈이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시장 유례가 없는 상승세"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코스콤의 경우 기존에 사용해온 오라클 DBMS를 걷어내고 티베로(티맥스 DBMS)로 전환했고, ERP 또한 SAP에서 더존으로 갈아탔다. 더존은 고려은단 등에도 ERP를 공급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5년 국내 ERP 시장에서 SAP,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 기업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더존비즈온이 18.5%로 SAP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11년 50.3%를 기록했던 SAP는 2015년 46.4%로 내려갔다.
작년 DBMS 시장에서는 오라클 58.1%, MS 15.5%, IBM 13.7%로 외국 기업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지만 티베로도 4%까지 상승했다.
공상휘 티맥스소프트 상무는 "오라클, IBM, SAP의 성장률이 3% 내외인데 반해 티베로는 (매출) 규모가 작지만 35% 가량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품질 높아진 덕분"…이제부터가 시작
이같은 흐름은 국산 SW의 품질이 예전에 비해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오라클, SAP의 높은 유지보수 비용에 관한 불만이 고조돼온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의 유지보수 비용은 고객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리미니스트리트, 스피니커 서포트처럼 이 회사의 SW 유지보수 비용을 낮춰주는 것을 사업 모델로 하는 회사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여기에 국내 SW 품질력이 더해지면서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영훈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국산 SW 도입 확대는) 비용 절감 목적보다 품질 향상이 가져온 결과"라며 "DBMS 같은 시스템 SW에 국산을 써도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사실이 검증되면서 오라클, SAP에 대한 맹신에서도 벗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데이터진흥원의 '2016 데이터산업 백서'에 따르면 국내 DBMS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성지은기자 buildcast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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