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모바일 부품이 경박단소를 지향하는 한편, 고성능·다기능으로 진화하면서 차세대 수익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글로벌 전자부품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다만 첨단 기술혁신 제품이 일부 대기업 거래선에 집중돼 있어 거래선 다변화는 풀어야할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천411억원, 영업이익 1천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8%,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6%, 전년 동기와 대비해 무려 706% 올랐다. LG이노텍의 경우 3분기 매출 1조7천872억원, 영업이익은 55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9.1%, 영업이익은 171.9% 늘었다. 전분기 대비 매출 33.4%, 영업이익은 71.9% 개선됐다.
◆ 이윤태·박종석 사장, 기술전문가들의 고공행진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사장)와 박종석 LG이노텍 대표(사장)는 기술전문가로 삼성과 LG의 전자부품계열사를 진두지휘하면서 견실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두 수장은 자리를 지킬 공산이 크다.
최근 삼성전자가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한 임원 및 조직개편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이윤태 사장의 거취는 큰 변동이 없는 한 제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1960년 생으로 삼성의 16개 상장사 대표 중 50대에 속한 몇 안되는 인물이다. 업계에서도 삼성전기가 세대교체 대상에 속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사장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전기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은 기술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 이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LCD개발실장을 거쳐 2014년말 삼성전기 대표로 취임했다.
이 후 수익성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 체질 개선에 나선 이 사장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직개편 및 과감한 투자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해결하는 한편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06%나 성장한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향후 스마트폰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반도체패키징과 전장부품사업군으로 확대, 균형적인 사업 운영이 숙제로 꼽힌다.
박종석 사장은 1981년 금성사에 입사, 2010년 스마트폰 기류에 뒤늦게 편승한 LG전자의 MC사업본부장을 맡아 글로벌 3위로 도약시킨 기술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14년말 자리를 떠난뒤 LG전자 최고기술자문 CTA를 지내다 2015년말부터 LG이노텍을 맡아 탁월한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MC사업본부장으로 키워온 노하우를 LG이노텍에 접목,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 연구개발(R&D)에 골몰한 박 사장은 특히 광학솔루션 사업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이 결과 올해 '아이폰X'에 카메라 및 3D센싱 모듈을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안정적인 대규모 양산체제를 구축한 LG이노텍은 내년에도 카메라 모듈 사업군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적지근했던 전장부품사업은 궤도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광학솔루션 사업과 불균형을 이루던 전장부품사업은 내년 매출 1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자율주행차량을 위한 2세대 'V2X 통신모듈'을 개발하는 한편, 지난 10월 국제전기차충전협회 차린에도 가입했다. LG전자가 퀄컴과 함께 커넥티드카 개발에 협력하기로 해 LG이노텍도 이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결과는 기술개발을 강조해왔던 박 사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남은 숙제는 선도 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검증받은 제품군을 통해 대형 거래선의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만해도 애플의 성패에 적잖이 영향을 받았다. 내부적으로는 저수익 모델을 정리하고 수익성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을 위한 사업개편에 힘써야 한다. 부진했던 LED사업의 경우 수익성 확보의 기반이 마련된 상황이다.
◆ 글로벌 전자부품 기술 선도, 내년에도 '탄탄대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실적 고공행진은 모바일 분야에서 기술 집약도가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핵심 부품인 카메라 모듈과 기판 부문에서의 기술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에 듀얼카메라 공급을 진행하는 한편, 스마트폰용 메인기판인 고밀도다층기판(HDI) 공급이 증가했고, 전략 거래선 신모델의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매출이 크게 늘었다.
디지털모듈(DM) 사업부는 전분기 대비 2% 감소한 8천2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삼성전자에 첫 듀얼카메라를 공급하고,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공급 확대 및 시스템 모듈의 신규 공급이 늘어나 미래가 밝다.
향후 듀얼카메라 개발로 공급 거래선을 확대하는 동시에 듀얼 카메라 채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급형 모델에서 기술적 우위를 갖겠다는 전략이다. 4분기는 통상적으로 비수기로 구분되지만 전략 거래선의 공급량 추이에 따른 계절적 영향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칩 부품 부문은 소형 초고용량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선 확대로 전분기 대비 12% 증가한 6천8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기술난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부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공급량 부족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현재 풀캐파로 운영 중이라 향후 설비 증설도 검토 중에 있다.
기판 부분은 전략 거래선의 스마트폰용 메인기판 공급이 확대되면서 전분기 대비 25% 증가한 3천996억원을 기록했다.
LG이노텍도 삼성전기와 마찬가지로 카메라 모듈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1조3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절반 이상이 광학솔루션 사업부에서 거둬들인 매출액이다.
기판소재사업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실적이지만 전분기 대비 4% 증가한 2천833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포토마스크 및 테이프 서브스트레이트 등 디스플레이 부품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 등 반도체 기판과 2메탈 COF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전장부품사업은 국내외 차량부품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견조한 실적을 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이 15%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3천136억원을 나타냈다. 무선충전모듈 및 TV용 부품 등 전자부품도 확대됐다.
다만, LED사업의 경우 제품 믹스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한 1천70억원의 매출을 달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이 3% 줄었지만 손익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저수익 제품을 축소하는 한편, 차량용과 UV, 하이파워LED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선 중에 있다.
4분기에는 카메라모듈, 전장부품, 기판소재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 전략 고객들의 신제품 판매가 본격 확대되는 만큼 안정적인 부품 공급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기술 역량'과 '의존 비중' 사이의 모순 넘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모바일 경박단소가 가속화되면서 최근 차세대 기판에 대한 관심도도 오르고 있다. 그 중 애플이 아이폰X에 적용한 SLP(Substrate Like PCB)가 내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SLP는 차세대 HDI 기판으로 불린다. HDI 역시 기존 대비 더 고도화되고는 있으나 제한적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패키기 기술이 도입된 사례다.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공법을 적용해 회로선폭을 더 미세화시키고 적층 수를 늘리는 등 집적도를 더 높인 부품이다. 같은 면적 대비 더 많은 칩을 배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SLP가 스마트폰 메인기판을 모두 대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애플은 SLP와 HDI를 물리적으로 적층해 연결한 하이브리드형 기판을 아이폰X에 적용했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SLP를 통해 아이폰8 대비 면적을 70% 가량 절약했으며, 집적된 부품수는 130% 더 확대적용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내부 공간이 절약되면서 타 부품 또는 배터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삼성전기는 연내 SLP 양산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도 "SLP 양산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가 출시할 갤럭시S9에 SLP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메인 공급사가 될 확률이 높다.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도 내년 전망이 밝다. RF-PCB는 말 그대로 딱딱한 경성 기판과 유연한 연성 기판이 결합한 제품을 의미한다. 부분적으로 휠 수 있기에 내부 공간이 작거나 부품을 밀집시켜야할때 활용된다. 고성능과 슬림화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매출 비중이 높은 카메라 모듈 부문에서는 듀얼카메라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체 스마트폰 중 듀얼카메라 스마트폰 비중은 10%에 근접했으나 올해는 이 시장에 보수적이었던 삼성전자가 참전하는 한편, 중국업체들의 경쟁적 도입에 힘입어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대비 듀얼카메라 모델을 1대 더 늘렸다.
최근 듀얼카메라 부문에서 부상하고 있는 기술은 3D센싱이다. 애플이 아이폰X에 페이스ID를 도입하면서 3D센싱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LG이노텍이 3D센싱 모듈을 공급했다.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높은 실적 견인은 이 곳에서 이뤄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기도 3D 센싱 모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3D센싱 기술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는 한편, 알고리즘을 보유한 업체와 협력 중이다. 기술 로드맵에 따라 사전 기술을 확보하고 거래선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승기를 잡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에 따른 소수 대형 거래선의 의존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집약된 부품은 그에 걸맞는 셋트업체가 소화해준다. 즉,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기업에 공급량이 집중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피해가 불거진 바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인해 9분기만에 영업적자에 빠졌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X 출시일이 뒤로 밀리면서 실적에 따른 희비가 엇갈린 바 있다. 모두 대형 거래선의 의존도가 높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김정대 LG이노텍 CFO(전무)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3D센싱 모듈과 관련해 "수율로 인한 수익성 확보가 위험했다. 베트남 관련해서도 양산이 막 시작됐다. 양산되기 직전에 투자 부담이 있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저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대형업체의 의존도를 줄이고 중화권 등 타 업체로의 거래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전장사업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확대 적용에도 힘쓴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