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혜경기자] "아직도 삼성전자 주가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저평가됐다."
31일 삼성전자가 분기 실적 최고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운 가운데,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사장이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아직도 주가가 저평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코스피 2500선 돌파를 주도한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실제로 저평가인지, 정말 저평가가 맞다면 얼마나 저렴한 수준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 주가 수준은 실제로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주가, 얼마나 저평가됐나?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구한 값이다(주가/주당순이익). PER은 숫자가 작을수록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면 PER 10배인 주식보다는 PER 5배인 주식이 더 저렴하다는 뜻이다. 주가가 비슷한 기업이라면 이익을 더 높게 내는 기업이 더 가치가 있다고 보는 개념이다.
동종업계 기업 가운데 어디가 더 주가가 저렴한가를 평가할 때는 PER 수치를 계산해서 PER이 더 작은 기업이 이익수준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즉, 삼성전자의 CFO인 이상훈 사장의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저평가 됐다"는 발언은 글로벌 경쟁사들의 PER과 비교해 삼성전자의 PER이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한금융투자가 블룸버그의 집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비교한 삼성전자의 PER은 경쟁사보다 삼성전자가 높게 나타난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나란히 6배 정도, 삼성전자는 8배가량이다(12개월 예상실적치 컨센서스 및 2017년 10월20일 종가 기준).
이것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의 PER이 오히려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가 싸다는 주장은 틀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IT기업들의 특정 사업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업을 동시에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주가를 비교할 만한 글로벌 경쟁기업들은 더 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엔비디아(또는 넷플릭스), 구글 등 이른바 팡(FAANG)으로 묶여 불리는 기업들로도 확대해볼 필요가 있다.
블룸버그 집계로 FAANG 기업들의 12개월 예상실적 기준 PER을 비교해보면, 엔비디아가 약 45배, 아마존이 약 25배, 애플이 약 13배, 구글이 약 22배 정도로 파악된다. 8배 수준인 삼성전자 PER과 비교하면 FAANG 기업들이 작게는 2배, 크게는 5배 이상 주가가 더 비싸다는 얘기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주식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FAANG 기업들은 제4차 산업을 주도할 업체로 기대되는데, 이들의 주가는 미래 가치를 반영하며 예상실적 기준 PER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제4차 산업혁명의 수혜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기존 IT 혁명에서 주도 업체들만 이익을 독점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초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진입하면서 주도업체들의 수혜가 실적으로 현실화되고 주변 공급망 기업들에 그 수혜가 확산되는 현상이 뚜렷했다"며 "메모리 반도체도 제4차 산업혁명에서 수요 확산 수혜를 받을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는 아직 밸류에이션 배수 확장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실적 발표에서 매출액 62조500억원, 영업이익 14조5천300억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조3천억원이 확대됐다.
아울러 배당을 대폭 늘린 화끈한 주주환원 정책도 공개했다. 올해 배당 규모를 지난해 4조원 대비 20% 상향한 4조8천억원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9조6천억원으로 늘리는 등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3년간 29조원을 배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호실적과 주주환원 정책 등에 힘입어 전일 대비 1.92%(5만2천원) 오른 275만4천원에 마감됐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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