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정유라 승마지원 특혜 여부 공방에 따른 증인심문에 이어, 이번 주부터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부정청탁 여부가 다뤄진다.
서울장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4일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의 17차 공판이 속개됐다.
17차 공판부터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과 관련된 증인 심문이 이어진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주원 연구위원과 석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석동수 사무관이 24일에, 25일에는 곽세붕 공정위 상임위원, 김정기 공정위 과장, 26일에는 윤희만 세울세관 주무관,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이 출석한다.
이번주 첫 공판의 증인으로는 윤 연구위원이 자리했다. 윤 연구위원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공판에서는 당시 윤 연구위원 팀이 국민연금공단에 2015년 7월 3일 발송한 '국내 상장회사 의안분석 보고서'의 내용과 특검에서의 진술조서를 기반으로 심문이 이어졌다.
특검은 윤 연구위원으로부터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반대한 이유에 대해 집중 조망했다. 윤 연구위원이 재직중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IMF의 어려움 속에서 국내 자본을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는 지배구조변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2년 설립됐다. 한국거래소가 85%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합병을 반대한 조항들을 지목해나갔다. 보고서에는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합병건에 대해 반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권고하면서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 훼손이 우려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양사(삼성물산과 제일모직)는 본 합병의 목적으로 제일모직이 보유한 다양한 사업영역과 운영 노하우 그리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건설부문의 차별화된 경쟁력과 상사부문의 해외 인프라가 결함됨으로써 시너지가 창출돼 유망사업을 발굴하고 외형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합병 논의 시점부터 이사회 결의 시점까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기간 안에 합병 결정이 이뤄져 양사에서 주주가치를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보고서에는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 관련 고려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가장 낮았던 시점에 이사회 승인이 났다고 주장했다. 최근 5개년간 삼성물산 주주에게 가장 불리한 시점, 즉 PBR이 가장 낮은 시점에서 비율이 결정돼 자산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비율은 삼성물산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과 윤 연구위원의 지적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대응했다. 대체적으로 보고서가 자체적으로 오류를 많이 지니고 있으며,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주장이다. 합병의 반대 이유가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제출된 미진한 보고서였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함이다.
변호인단은 우선 보고서 작성에 투입한 시간과 인력에 대해 언급했다. 윤 연구위원은 "2015년 5월경에 합병관련 공시가 되면서 합병건에 대한 분석 의뢰를 받아 3명이 전담, 6월초부터 말까지 1개월 정도 분석 작업했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진술조서 내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진술조서에서 윤 연구위원은 "상장법인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들에게 안건에 대한 찬반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1년에 기업수로 따지면 약 500여개사에 건수로 따지면 약 700건 정도(보고서 건수) 된다"고 답했다.
변호인단은 2014년 9월부터 윤 연구위원이 프록시팀 팀장으로 일했으며, 그간 기업가치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본적이 없다는 점, 프록시팀에 소속된 공인회계사가 1명으로 2곳의 회계법인에서 각각 1년간 근무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증인이 회계사 자격증이 없어 주요 재무내용들을 같은 팀 내 회계사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연구위원이 특검 조사 때 진술한 "딜로이트 회계법인(삼성 담당)에서 회계 및 세무 실사를 했다고 돼 있으나 한달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실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프록시팀도 삼성물산합병과 관련해 보고서 작성까지 걸린 시간이) 1개월도 채 안됐다. 실사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윤 연구위원은 "외부에서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내부에서도 분석을 진행한다. 내부 진행 작업은 깊이가 있다"고 해명했으나, 변호인단은 "딜로이트에서도 여러가지 사업계획이나 공시되지 못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라며 반문했다.
이 밖에도 변호인단은 윤 연구위원이 대입한 미국 델라웨어주 판결에서 얻은 레블론 원칙이 국내 사정과 맞지 않다는 점, 당시 삼성물산 주가와 보고서의 합병가액의 격차에 대한 의구심, 재무적인 측면에서의 합병 시너지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편, 이어지는 공판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2015년 7월 10일 반대하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정황에 대해서 공방이 벌어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같은해 7월 25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상황과 삼성 미래전략실과 중앙정부기관등의 청탁 관계도 다뤄진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