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1인 가구 이모(28)씨는 최근 집 근처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자주 찾는다. 편의점보다 상품군이 다양하고, 대형마트보다 가깝기 때문이다. 그는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대형마트는 한번 가려면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SSM은 퇴근하며 먹거리를 사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SSM이 주거밀집지역에 잇따라 출점하면서 소비자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 끼어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급증한 1인 가구 등 '근거리 장보기' 수요와 맞아떨어져 고성장을 기록 중이다. 기존 SSM 업체들이 가맹사업을 확대하는 와중에 새로운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SSM은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 중간 크기의 식료품 중심 유통 매장을 지칭한다. 현재 시장은 '빅4'로 요약되는데, GS더프레시,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이 속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점포 수 기준 SSM 1위인 GS더프레시는 500개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만 90여개의 점포를 출점하며 오는 2027년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구도심·신도시 등 입지별 맞춤 출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새로운 포맷을 적용한 롯데슈퍼 하남 망월점 문을 열었다. 본격적인 가맹 추진에 앞서 선보이는 테스트 매장이다. 최근 몇 년간 이커머스 공세 속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점포를 줄였지만, 올해부터 SSM을 확장할 예정이다. 가공품은 최소화하고, 식품 비중을 대폭 늘린 게 특징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중심으로 신규 출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1~2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식품군을 늘리고, 이마트 가공센터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여기에 기존 SSM 사업을 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참전하고 있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지난달 서울 강서구에 '에듀윌마트24'를 개점했다. 에듀윌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외부 유통사업자가 에듀윌의 네이밍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저출산 기조 속 학령인구가 줄자 신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에듀윌마트는 편의점 형태의 SSM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겉보기에는 다른 SSM 매장과 비슷하지만, 편의점 같은 '1+1' 상품, 도시락 등을 취급한다.
반대로 이랜드그룹의 킴스편의점은 SSM 형태의 편의점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종상 편의점으로 등록된 상태지만, 매장에는 과일·정육 등 신선식품의 비중이 높다. 킴스편의점은 올 상반기부터 직영점 중 일부 매장을 가맹점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다. 단 SSM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상 SSM은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과 출점 제한 등 규제를 받는다.
SSM 시장 경쟁이 뜨거워진 이유는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오프라인 업태는 SSM(6.8%)이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5.7%)와 편의점(5.1%), 백화점(1.4%) 등을 앞질렀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1·2인 가구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편의점보다 저렴하고 대형마트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다품종 소량'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퀵커머스(빠른배송)'도 속속 도입하며 온라인 주문에 익숙한 요즘 소비자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선 김종근 에이지데이터 대표는 "식비 부담에 따른 내식 수요와 절약 소비트렌드가 계속되고 있어 근거리 유통채널인 SSM은 내년에도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편의점은 포화상태지만, SSM은 물리적 점포 팽창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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